시진핑,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 시찰…의중은?

강우찬
2023년 07월 7일 오후 1:20 업데이트: 2023년 07월 7일 오후 1:20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인민해방군 동부전구(戰區)를 시찰하고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화권 군사 전문가들은 지난달 대만을 상대로 한 미국의 무기 판매 승인과 무기 인도 가속화 움직임을 시진핑이 그냥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관영매체가 시진핑의 동부전구 시찰을 이례적으로 보도한 것 역시 군심(軍心)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의미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석 달 만에 또 군부대 방문, 관영언론의 이례적 보도

6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전날 장쑤성 쑤저우시 공업단지를 둘러본 후 이날 오후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은 “현재 세계는 새로운 격변·변혁기에 진입했고 중국의 안보형세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위기의식을 키우고, 전구의 주요 전투 직능을 잘 이행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전투 계획을 심화하고, 전구의 연합 작전 지휘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실전화된 군사 훈련을 하고, 싸워 이기는 능력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의 동부전구 시찰은 지난 4월 남부전구 시찰 이후 석 달 만에 또다시 군부대를 찾은 행보다. 남부전구 시찰은 관영매체를 통해 종종 공개됐지만, 동부전구 시찰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인 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언론에는 시진핑의 군사 관련 발언이 주를 이뤘으나 사실 시진핑은 공산당 사상을 첫머리에 놓았다. 그는 이날 발언에서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정신을 철저히 관철하고 당의 사상을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한 후 군사력 강화를 지시했다.

군심(軍心)은 중국 관영매체나 북한 매체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군의 지지와 충성이 정권 안정에 직결되는 사회체제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자신의 고모부였던 장성택을 처형한 후 불안감을 느끼는 민심뿐만 아니라 군의 지지, 군심을 확실히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전달한 일이 국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2023년 7월6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를 방문했다. | 신화통신/연합

동부전구 시찰은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에 대한 대응

2016년 창설된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는 중국 5대 전구 중 최대 전력으로 해상, 지상, 공습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동중국해와 대만해협 등 중국 동부의 안전보장을 책임진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동부전구는 대만을 비롯해 태평양까지 전략적 범위로 삼고 있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이후 인민해방군이 벌인 대만 포위 훈련도 동부전구 사령부가 주축이 됐다.

미국에 기반을 둔 온라인 매거진 ‘중국 전략 분석’의 리웨이둥 분석가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의 동부전구 시찰이 미국의 4억4천만 달러(약 5800억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 승인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리웨이둥 분석가는 일종의 기 싸움이라며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팔면서 약간의 진전을 보이자, 중국이 상대적으로 움직였다. 중국이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한다기보다는 전략전술적으로 대응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미 국무부는 대만을 상대로 총 2건의 대외군사판매(FMS) 계약을 승인했다. 판매 품목에는 대만이 요청한 고폭소이예광탄, 다목적탄, 연습탄 등 30㎜ 탄약을 비롯해 전투차량과 무기 수리 및 예비 부품 등이 포함됐다.

미 국무부의 대만 무기 판매 승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이 10번째이다. 앞서 같은 달 27일에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가 조속히 이뤄지게 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타이거(TIGER)’를 설립하며 측면지원했다.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30일 “미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고, 대만해협에 새로운 긴장 요소를 만들며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멈추라”고 반응했다.

중국의 항의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날 대만해협 중간선에 군용기를 투입하며 군사적 위협으로 보복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쯤 중국 군용기 24대와 군함 5척이 대만 주변에서 탐지됐다. 그중 군용기 11대는 중국과 대만의 비공식 경계선인 중간선을 넘었다.

시진핑의 동부전구 시찰 일자도 공교롭다. 이날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중국의 희귀금속 수출통제 문제를 논하기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날이었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중국이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 한다는 일종의 메시지로도 풀이됐다.

시진핑은 7월 6일, 동부전구 사령부를 시찰하고 연설했다. | CCTV 화면 캡처

‘세계 일류 군대 건설’ 시진핑은 왜 군을 강조하나

시진핑은 지난 4월 11일 남부전구를 시찰했을 때도 “실전 훈련 강화”를 당부했다.

그때의 시찰 역시 같은 달 5일 이뤄진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과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회동에 대한 대응이자 미국을 상대로 한 경고 차원이었다는 분석이 유력했다.

2012년 집권 이후 시진핑은 소위 ‘세계 일류 군대 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군사 훈련과 준비의 전면적인 강화를 공개적으로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이 3차 임기를 성공적으로 확정 지었을 때, 중국은 공산당 당장(당 헌법)을 개정해 ‘대만독립 반대’를 처음으로 명기했다. 이전까지는 ‘조국통일 대업 완성’이라는 표현만 있었다.

외신에는 잘 소개되지 않았지만, 당시 당장에는 “인민의 군대를 세계 일류군대로” 건설하기 위해 투자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군사력 강화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구상인 중국몽 실현의 선행조건인 대만 통일을 위한 준비인 셈이다.

그러나 군사적 수단을 통한 대만 통일에 관해서는 중국 군 내부에서도 아직 의견 통일이 되지 않았다는 게 중국 군사 전문가 야오청(姚诚)의 견해다.

인민해방군 해군사령부 참모였던 야오청은 공산당 고위층 권력투쟁의 희생양이 돼 7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2016년 미국으로 망명해 중국 군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야오청은 “시진핑이 지금 군을 바로잡기하는 것은 군이 그의 말을 잘 듣지 않기 때문이다. 기강을 잡고 군심을 다독이려는 의도가 있다”며 “지금 군의 사기가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중국 군 내부는 시진핑의 전쟁 준비에 이견이 존재한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면 싸우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며 중국-인도 국경분쟁, 서부전구의 비효율적인 지휘체계가 군의 자신감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군 장악력 아직 불안 VS 야욕 얕잡아봐선 안 돼

야오청은 시진핑이 겉으로는 강하게 나가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불안할 것이라며 “인민해방군이 통일 대업을 완수할 역량이 부족할까 봐, 전쟁이 터지면 명령에 잘 따르지 않을까 봐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이 내부 저항을 억누르려 하면 즉각 군대의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며 시진핑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시진핑의 야욕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월 미 중앙정보국(CIA)의 윌리엄 번스 국장은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시진핑이 인민해방군에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를 지시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번스 국장은 이 정보가 2027년 혹은 다른 해에 전쟁을 개시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면서 “CIA는 대만에 관한 시진핑의 야망을 과소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올해 3월 의회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2027년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