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로켓군 사령관 교체…전문가 “군 장악력 문제점 노출”

강우찬
2023년 08월 1일 오후 5:20 업데이트: 2023년 08월 5일 오전 10:19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의 전략미사일부대인 로켓군 지휘부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에 중화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전날 오후 베이징에서 인민해방군 상장(대장) 진급식을 열고 해군 부사령관이었던 왕허우빈(王厚斌)을 로켓군 신임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전임자였던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李玉超) 상장(대장)은 지난 6월 말부터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으며, 중앙군사위 기율위에서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조사 대상은 리위차오 사령관만이 아니다. 부사령관 류광빈(劉光斌), 전 부사령관 장전중(張振中) 등 전·현직 수뇌부 10여 명이 군 기율위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켓군의 수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31일에는 7월 초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로켓군 부사령관 우궈화(吳國華)의 사인이 극단적 선택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에서 기율위 조사를 받던 공산당 관리들이 압박감에 극단 선택을 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2023년 7월 31일 시진핑(왼쪽 네번째)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해방군 청사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상장 진급식에 참석했다. | CCTV 화면 캡처

‘미국에 맞설 역량 갖춘 유일한 전력’ 로켓군

로켓군은 시진핑 ‘군사강국’ 구상의 핵심 전력이다. 육군, 해군, 공군에 이은 제4군으로 1966년 6월 ‘제2포병부대’로 창설됐으나,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인 2016년 1월 로켓군으로 재창설되며 대대적인 현대화가 이뤄졌다. 2017년부터 2109년까지 10개 여단이 신설돼 총 39개 여단으로 늘어났다.

표면적으로는 로켓군 수뇌부를 대상으로 한 부패 혐의 조사는 시진핑이 출범 직후부터 추진한 반부패 운동의 연장선상으로 이해된다. 유명 시사평론가 차이선쿤(蔡慎坤)은 RFA에 “군 반부패는 시진핑이 집권 후 추진한 군 관련 정책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차이선쿤은 “로켓군은 시진핑이 취임한 후 직접 만든 군대”라며 “현대화된 로켓군을 만들겠다는 시진핑의 계획에 큰 충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해방군 해군사령부 참모부 중령 출신으로 미국에 체류하며 군사평론가로 활동 중인 야오청(姚誠)은 “시진핑이 로켓군 반부패를 벌이는 진짜 목적은 로켓군이 그의 지휘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야오청은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의 체포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인물이다. 그는 지난 6월 말 리위차오가 회의 중 끌려갔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린 바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 머물고 있는 그는 과거 군 동료들과 긴밀히 연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오청은 “현재 인민해방군 내부에서는 로켓군을 포함해, 전쟁에 대한 공포가 높다”며 “로켓군은 시진핑의 지시를 따르기를 원치 않고 전쟁을 꺼린다. 미사일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그들은 미군의 외과수술식 타격의 위력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로켓군이 두려워하는 전쟁’은 대만 침공전쟁이다. 시진핑은 자신의 3연임을 확정한 작년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포기를 약속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야오청은 시진핑이 집권 2기 때 대만 문제를 해결했다면 군 내부에서도 불만이 수그러들었겠지만 중국 내부적으로 반발이 컸던 3연임을 강행하면서 대만 무력통일 불사 의지를 드러내자, 군부의 불안감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야오청은 “중국군의 현재 능력으로 볼 때 미군에 맞설 수 있는 것은 로켓군뿐”이라며 “(이를 잘 알고 있는) 미군은 이미 중국의 로켓군을 겨냥하고 있으며, 로켓군 장성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맞아 열린 열병식 도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DF-41)이 톈안먼광장을 지나고 있다. | 베이징=로이터/연합

미군, 中 로켓군 전력 보고서 폭격지점까지 ‘콕’ 찍어 발표

야오청은 ‘겨냥’이라고 표현했지만, 미군은 중국의 로켓군을 해부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널리 공개한 바 있다.

미 공군대학은 작년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가 폐막하고 이틀 뒤인 10월 24일,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조직’이라는 255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로켓군 기지 위치와 배치된 미사일 전력 평가, 각급 부대 지휘관 이름·사진 등 방대한 정보가 망라됐으며 사령부 주소를 포함해 주요 부대 위치를 위도와 경도를 표시해서 설명했다. 이는 유사시 미군의 정밀타격 목표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시진핑이 대만과의 전쟁 위협을 높혀갈수록 미군으로부터 정조준을 당하고 있는 로켓군 장성들의 불만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시진핑이 반부패 조사로 로켓군 수뇌부를 갈아엎고 사령관을 해군 출신으로 교체한 것은 현재 로켓군 수뇌부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

시진핑, 10년간 군 길들이기…로켓군 사건은 ‘실패’ 시사

차이신쿤은 다소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시진핑 집권 기간 군 장성들이 정치적 문제로 망신을 많이 당하면서 반발심이 축적돼 있다고 관측했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나면 반기를 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덩샤오핑 시절을 포함해, 지난 수십 년간 군 장성들에 대한 정치적 검열은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기간인) 지난 10년간은 과거와 달리 거의 군에 망신을 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일어나면, 군 장성들이 권력을 쥘 수 있다”며 “그들은 이기든 지든 전쟁을 하면 시진핑이 권력을 내놓아야 하고 한번 내놓은 권력은 되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차이신쿤의 관점 역시 시진핑이 로켓군이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자신의 군 장악력에 불안감을 품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로켓군 수뇌부 반부패 조사와 사령관 교체가 화근을 미리 도려내는 조치라는 것이다.

미국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중국정책실 중국 국장인 라일 모리스 선임연구원은 “공산당에 절대 충성을 하도록 하는 계획을 아직 실현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모리스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시진핑은 심계국(감찰기관), 기율위 같은 조직을 중앙군사위 아래 두고 반부패 노력을 강화해왔다”며 이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군 장악력을 강화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