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TV 많이 본 아이, 의사소통 발달 늦어져” 日 연구진

빌 판(Bill Pan)
2023년 08월 29일 오후 4:57 업데이트: 2024년 02월 2일 오전 9:25

스마트폰·TV 등 전자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아이의 발달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도호쿠 대학과 하마마쓰 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1세 미만의 아이가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될 경우 의사소통, 문제 해결, 상호작용, 운동 능력 등의 주요 발달이 지연될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학협회저널 소아과학(JAMA Pediatrics) 최신 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7097명의 아이를 추적 관찰했다.

가장 먼저, 전자기기 화면의 노출 시간과 발달과정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아이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1세 미만의 자녀가 하루에 몇 시간 정도 TV, 스마트폰, 태블릿 및 기타 전자기기를 사용하도록 할 것인지 파악했다.

이후 자녀가 2~4세가 됐을 때 ▲옹알이, 발성, 소리 이해 등의 의사소통 능력 ▲팔다리, 몸통을 움직이는 대근육 운동 능력 ▲손과 손가락 등을 정교하게 움직이는 소근육 운동 능력 ▲장난감 학습 및 놀이 등의 문제 해결 능력 ▲사회적 기술 및 사교 능력을 기준으로 자녀의 발달 수준을 평가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하루 4시간 이상인 아이들은 2세가 됐을 때 모든 부분에서 발달 지연이 나타났다. 게다가 의사소통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의 발달 지연이 4세까지 이어질 위험성이 높았다.

연구진은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많은 아이들의 경우 그 어머니가 나이가 어리고, 출산 경험이 없으며, 소득 수준과 교육 수준이 낮고,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한 아이의 모습 | 연합뉴스

이어 “생각보다 많은 부모가 육아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자녀에게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보여준다”며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또 “전자기기 화면을 바라보는 ‘스크린 타임’은 발달 지연과 관련이 있지만, 시청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교육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수집한 정보로는 교육용 스크린 타임과 다른 유형의 스크린 타임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스크린 타임 권장사항

과거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양질의 상호작용으로 여겨지는 가족 간의 영상통화만 제외하고, 2세 미만의 아이에게 스크린 타임을 일절 허용해선 안 된다”고 권장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AAP는 권장 사항을 개정해 “생후 18개월부터 스크린 타임을 가질 수 있지만, 부모가 아이와 함께 양질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모가 지도를 통해 아이에게 올바른 경험 및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특히 생후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의 아이는 절대 혼자서 미디어를 시청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2~5세 아이의 경우, 스크린 타임을 하루 최대 1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2020년 미국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AACAP)도 스크린 타임에 관한 권장 사항을 업데이트하며 “2세 미만의 아이는 비교육적 프로그램의 시청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18개월 미만의 아이는 전자기기 노출을 피하는 게 좋다. 단순히 우는 아이를 달래려는 목적으로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AACAP는 “아이가 스포츠, 음악, 미술 등 다른 활동에 관심을 갖고 학습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모가 솔선수범해 아이가 건강한 전자기기 사용 습관을 보고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