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당국, 확진자와 같은 ‘채팅방’ 있다고 7일 자택격리

강우찬
2022년 07월 18일 오전 11:51 업데이트: 2022년 07월 18일 오전 11:51

중국 상하이에서 최근 노래방을 시작으로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재발한 가운데, 시 당국이 노래방 관련 단체 채팅방 참여자들을 7일간 자가격리시켜 논란이 됐다.

코로나19에 대한 시 당국의 공포감이 상식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상하이시 보건당국은 푸퉈구 등 5개 구에 소재한 노래방 7곳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후 확진자와 동일한 위챗(WeChat, 微信) 단체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던 시민들이 7일간 자택격리 조치를 받았다.

이들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건강코드’ 앱의 QR코드도 적색으로 표시됐다.

중국에서는 관공서나 쇼핑몰, 대중교통 이용시 건강코드 앱으로 장소 QR코드를 스캔한 뒤, 건강코드가 녹색이 돼야 출입할 수 있다. 적색이 되면 자가격리해야 하고 PCR검사 음성 판정을 받아야 다시 외출할 수 있다.

상하이시 보건당국은 “확진자와 동일한 단체 채팅방에 참여했기 때문에 건강코드를 적색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채팅방 중 한 곳은 300명 이상의 노래방 이용자가 참여해 있었지만, 이 상당수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지 않았으며, 문제가 된 노래방을 코로나19 집단 감염 발생 전후로 이용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쇄된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 5일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주민들에게 전달할 식량과 생필품을 옮기고 있다. 2022.4.5 | AFP =연합뉴스

한 채팅방 참여자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당국에 적색 코드 해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이 격리된 이유를 폭로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A씨는 ‘상하이시 보건당국의 놀라운 발견, 코로나19가 인터넷으로 전파’라는 제목의 음성 파일에서 칭푸구의 보건당국 관계자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음성 파일에서 A씨는 자신이 코로나19 전파가 일어난 푸퉈구 노래방에 간 적도 없는데 건강코드가 적색으로 바뀌고 ‘간접 접촉자’로 분류됐다며 칭푸구 보건당국 관계자에게 따졌다.

이 관계자는 “당신이 그쪽(푸퉈구) 노래방에 가지 않은 것은 확인했다. 만약 그랬다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을 것”이라며 “그쪽에 안 갔기 때문에 간접 접촉자로 해준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달 개정된 상하이시 당국의 자가격리 수칙에 따르면, 밀접 접촉자는 시설 격리와 자택 격리를 각각 7일씩 총 14일 받아야 한다.

간접 접촉자는 자택 격리 7일에 처해진다. 이후 추가로 7일간 중점 관리 대상이 되며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 이 기간에 PCR 검사를 3회 받아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야 격리가 완전히 해제된다.

A씨는 음성 파일에서 “그 노래방에 가지 않았는데도 왜 간접 접촉자가 된 거냐”라고 반문했고, 보건당국 관계자는 “(확진자와) 같은 단체 채팅방에 있어서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칭푸구 보건당국은 11일 중국 관영매체에 이 대화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시 보건당국에서 확진자와 같은 단체 채팅방에 있는 사람도 간접 접촉자로 분류하라고 명령했다”며 하급 기관들은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포크타임스 취재진도 칭푸구 보건당국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라 자세히 설명하기 좀 그렇다”며 “우리는 지시를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이 집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고 있다. 2022.4.13 | Getty Images

자택격리, 도어락까지 설치해 철저 감시

이번 ‘단체 채팅방 집단 격리’로 자택에 갇히게 된 상하이 시민 류모씨는 지난 14일 에포크타임스에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류씨는 “그 단체 채팅방에는 친구가 초청해 수년 전에 가입됐을 뿐”이라며 “마지막으로 노래방에 가본 것은 6개월 전이다. 푸퉈구 노래방은 내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멀어 못 가봤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5일 오전 6시쯤 집에서 자고 있는데, 마을 위원회(주민 자치조직)에서 찾아와 7일간 자택 격리해야 한다며 아파트 현관문에 도어락을 설치하고 갔다”고 말했다.

상하이시는 우한에서 중공 바이러스가 발생하자 2020년 초부터 자가격리 대상자의 집 현관문에 스마트 도어락을 설치해, 자가격리 대상자를 감시해왔다.

이 도어락은 문이 열리고 닫혔는지 여부와 열리고 닫힌 시간, 격리 대상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관리센터에 자동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씨는 “7일간 자가격리 기간 내내 건강코드가 적색이었고 이 기간 PCR 검사를 세 번 받고 모두 음성 판정이 나오니 어제(13일) 건강코드가 녹색이 돼 외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확진자와 같은 단톡방에 있었다고 간접 접촉자로 분류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정부는 위치 추적으로 내가 푸퉈구에 가지 않은 것을 충분히 확인하고도 남았을 텐데 무작정 간접 접촉자로 지정해 집에 가뒀다”며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일 뿐만아니라 인권을 무시한 행위”라고 말했다.

중국 평론가 탕징위안은 “그저 같은 단톡방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주민들을 격리조치한 결정은 이번 집단 감염 확산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탕징위안은 “이러한 가혹한 조치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얼마나 괴팍하고 제멋대로인지를 보여준다”며 “중국 공산당은 주민들의 고통 따윈 전혀 개의치 않는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소피아 램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