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너무 멋진 아이 엄마를 보고 감동받아 울 뻔했습니다”

김연진
2020년 08월 3일 오후 1:1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40

A씨에게는 4살 조카가 있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정신없이 떠드는 조카 때문에 A씨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싫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날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꼬마는 조금 달랐다.

4살로 보일 정도로 상당히 어린아이였지만 얌전히 엄마 손만 꼭 잡고 있었다.

그렇게 A씨와 4살 아이, 엄마는 같은 버스를 타게 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기다리던 버스가 오자 아이와 엄마는 줄 맨 뒤로 향했다. 아이와 엄마는 서로 속삭이며 어떤 대화를 나눴다. 이상해서 계속 지켜본 A씨였다.

그러더니 그 아이는 혼자 낑낑거리며 버스에 올라탔다. 아마도 엄마에게 “나도 혼자서 버스에 타고 싶어요”라고 말한 것 같았다.

시간이 한참 걸렸다. 버스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버스에 올라타길 기다리느라 출발이 늦어졌다.

아이의 엄마는 뒤에서 조금씩 도와줬고, 가까스로 버스에 올라탄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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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엄마는 버스기사님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이가 혼자 해보겠다고 해서요. 죄송해요”라고 사과했다. 버스에 있던 승객들에게도 고개 숙여 “죄송합니다”라며 3번이나 사과했다.

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버스기사님은 아이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고 기다려주셨다. 승객들도 불만 없이 아이를 기다려줬다.

그렇게 버스는 출발했고, 곧이어 아이와 엄마의 대화가 이어졌다.

엄마 : 하늘아. 오늘은 정말 좋은 기사님, 좋은 승객분들이 계셔서 하늘이가 혼나지 않았어. 그런데 앞으론 엄마가 널 안고 타는 게 좋을 것 같아. 하늘이가 5살이 되기 전까지는.

아이 : 왜요?

엄마 : 하늘이가 혼자서 버스에 올라오기엔 하늘이의 다리가 튼튼하지 않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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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 저는 지난번에 어린이집에서 달리기도 1등 했는걸요.

엄마 : 엄마도 알지. 하지만 버스는 움직이지? 그래서 위험해. 그러니까 아직은 엄마가 도와주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늘이 생각은 어때?

아이 : 그래도 오늘 해보니까 재밌고,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엄마 : 그래? 그러면 우리 아빠 차로 먼저 연습해볼까? 버스는 하늘이와 엄마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는 거라서. 사람들이 하늘이를 기다려줘야 해.

(침묵)

엄마 : 아까 하늘이는 혼자 버스에 올라와서 행복했지?

아이 : 네.

엄마 : 그렇지만 엄마는 올라와서 어떻게 했지?

아이 : 죄송하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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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사과는 언제 하는 거라고 했지?

아이 : 잘못했을 때요.

엄마 : 그럼 하늘이가 좀 전에 한 일은 잘한 일일까, 잘못한 일일까?

아이 : 잘못한 일이에요.

엄마 : 그럼 우리가 버스에서 내릴 때, 어떻게 하는 게 하늘이가 행복할 거 같아?

아이 : 엄마가 안고 내리는 게 행복할 거 같아요.

엄마 : 하늘이는 정말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착한 아이구나. 엄마는 하늘이 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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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물론, 버스에 있던 승객들은 아이 엄마의 현명한 태도에 감탄했다. 앞에 계셨던 할머니도 “애기 엄마가 아이를 참 잘 키우네”라며 칭찬했고, A씨도 감동을 받아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또 A씨는 “아이가 버스 안이 답답하다고 큰소리로 대답하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에 크게 놀랐다”라며 “평소에 가정교육을 정말 잘 받았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은 4년 전인 2016년, A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했다. 이후 현재까지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재조명되며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