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진핑에 ‘독재자’ 표현…“美와 차이점 솔직히 말한 것뿐”

김태영
2023년 06월 22일 오후 10:27 업데이트: 2023년 06월 22일 오후 10:27

미국 행정부가 2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독재자’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미중 간 차이점을 솔직히 말한 것’이라며 해명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과 중국은 민주주의와 독재정치에 관한 차이를 포함해 양국이 동의하지 않는 영역에 대한 차이점을 매우 분명히 구분해 왔다. 또 우리의 가치를 주저 없이 옹호할 것이란 점도 명확히 해왔다”며 “미중 간 의견 불일치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장관은 미중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선을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차이점에 대해 솔직하지 않으리란 것을 뜻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미국 정부)는 동의하지 않는 영역이나 일부 차이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더 이상 해명되거나 해석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캘리포니아주(州) 마린 카운티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중국 정찰 풍선’에 관해 거론하면서 “(미군이) 그 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진핑이 매우 화를 낸 이유는 그가 풍선이 거기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다는 것은 독재자들에게는 큰 당혹감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정찰 풍선은 상반기 미중 관계 긴장을 고조하는 데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한 사건이다. 이 풍선은 지난 1월 28일 미 알래스카주(州) 상공에 처음 진입한 후 2월 1일 맘스트롬 미 공군 기지가 위치한 몬태나주(州) 상공에서 8자 형태를 그리며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풍선의 수상한 비행을 추적하던 미군은 지난 2월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 상공에서 이를 격추했다.

중국 당국은 해당 풍선이 우연히 항로를 이탈한 ‘기상 관측용’ 민간 무인 비행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 미군이 풍선을 격추하자 중국 외교부는 “과잉 대응”이라고 강하게 항의하며 풍선 잔해를 반환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미 당국은 분석 결과 해당 풍선이 기상 관측용이라는 중국 당국의 주장과 달리 ‘정찰용’으로 결론 내렸다. 풍선에 정찰용 안테나와 다중 능동 정보수집 센서뿐 아니라 이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대형 태양광 전지판 등이 부착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 풍선은 중국에서 원격 조종이 가능하고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 전송하는 기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블링컨 장관이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과 회담을 가진 하루 만에 나온 것이라 미중 관계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 행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차이점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밝히며 오히려 이는 미국의 오랜 대중 접근법과 일치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심각하게 침범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당일 저녁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브리핑 질의응답록에서는 관련 질문과 답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이 국제사회에서 공공연하게 독재자로 통한다는 사실을 많은 중국인이 알아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