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찰풍선, 전자 신호로 미군 정보 수집…실시간 전송 기능도

김태영
2023년 04월 4일 오후 5:33 업데이트: 2023년 04월 4일 오후 5:33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 상공에 침입해 군 정보를 수집했으며 이를 실시간 전송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미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미국 NBC 방송은 3일(현지 시간) 전현직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 상공에서 발견된 정찰 풍선은 중국이 원격 조종을 할 수 있었으며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 전송할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의 정찰 풍선은 공중에서 8자 형태를 그리며 선회하는 등 미군 기지 상공을 수 차례 반복해서 오갔다. 풍선이 탈취한 정보는 대부분 사진 등 시각 정보보다는 미군 무기 시스템에서 발신되거나 군 부대원들이 주고받는 전자 신호였다고 NBC는 보도했다.

중국의 정찰 풍선은 지난 1월 28일 알래스카주(州) 상공에 진입하면서 미국 영공을 처음 침입했다. 이후 풍선은 지난 2월 1일 맘스트롬 미 공군 기지가 위치한 몬태나주(州) 상공으로 이동해 비행했다. 맘스트롬 공군기지는 미국이 핵미사일을 보관하고 있는 총 3개의 격납고 중 한 곳으로 미국의 군사 요충지다.

해당 풍선의 수상한 비행을 추적해오던 미군은 지난 2월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해안 상공에서 이를 격추했다. 이후 미국 당국은 풍선 잔해를 수거해 분석해오고 있으며 재건 시험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은 해당 풍선이 우연히 항로를 이탈한 기상 관측용 ‘민간 무인 비행선’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미군이 풍선을 격추하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을 향해 “과잉 대응”이라고 강하게 항의하며 풍선 잔해를 반환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당국은 분석 결과 해당 풍선이 기상 관측용이 아니라 정찰용이라고 결론 내렸다. 풍선에 정찰용 안테나와 다중 능동 정보수집 센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대형 태양광 전지판 등이 부착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군 기지에서 주요 정보를 빼갔는지 묻는 말에 답변을 회피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해당 풍선이 미국에 침입한 뒤 8일이 지나서야 격추해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공식 석상에서 중국 정찰 풍선이 어떤 정보에 접근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풍선이 미국 영공에 진입한 후 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 또한 풍선이 중국에 실시간 정보 전송을 한 게 맞는지 묻는 말에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몬태나)은 정찰 풍선에 대한 행정부의 설명이 불충분해 미국인들이 안심할 수 없다며 “행정부가 정찰 풍선 발견 당시부터 지금까지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로저 워커 상원의원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중국 정찰 풍선에 대해 행정부에서 밝힌 것보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 것이 더 많다”며 “이와 관련해 행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