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BI 국장 “10시간마다 하나씩 중국 관련 새로운 방첩수사 개시”

캐시 허
2020년 07월 9일 오전 8:29 업데이트: 2020년 07월 9일 오전 8:43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중국이 미국의 산업기밀을 훔치고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이 국장은 7일(현지 시각)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FBI가 약 10시간마다 새로운 중국 관련 방첩수사를 개시하는 상황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5천여 건의 FBI 방첩 사건 가운데 절반 가까이 중국과 관련 있으며, 중국과 관련된 경제 스파이 사건이 지난 10년간 약 13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 국가 전체의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며 “계산적이고 집요하고 참을성 있으며 민주적 사회의 개방성과 법치주의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이버 스파이 활동, 외국기업 인수, 기술 절도 및 도용, 미국에 사는 중국인에 대한 위협, 미국 내 정관계 인사와의 연계 등이다.

그 실행에는 중국 정보기관 외에 미국 내 대학원생과 연구원을 포함한 개인과 중국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레이 국장은 팬데믹 기간에 미국의 제약회사와 연구소가 집중적인 표적이 돼 왔다며 “한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코로나19에 대한 유망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뒤 겪게 되는 사이버 침입을 역추적하면 중국과 관련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다.

최근 몇 달간 미국 당국은 ‘천인계획’ 등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실을 감춘 과학자들을 추적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인재 영입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타국의 기밀절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하버드대 화학·화학생물학 학과장인 찰스 라이버(Charles Leiber) 교수는 천인계획에 참여하는 등 중국 정부에 매수됐으나 허위 진술로 이를 은폐한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의 유명 병원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중국 출신 연구원이 중국 측의 자금지원을 감춘 혐의로 기소됐고, 아칸소대의 말레이시아 출신 교수도 미 항공우주국(NASA)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밝히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에모리대의 중국 출신 전직 교수 역시 천인계획으로 받은 50만 달러(약 5억9천만원)를 신고하지 않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국에서 외국의 자금지원을 받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당국은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에서 지원을 받는 연구자는 외국의 지원을 받을 경우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불법적인 기술 이전을 사전차단하기 위해서다.

레이 국장은 미국 일반국민의 개인정보도 중국 정부가 노리는 대상이라고 했다.

지난 2월에는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소속 4명이 미국의 신용평가사 에퀴팩스를 해킹해 미국 인구의 40%가 넘는 1억45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로 기소됐다.

레이 국장은 이렇게 유출된 정보는 중국의 정보작전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이용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레이 국장은 중국이 외교채널을 이용해 협박·회유 등 간접적이거나 은밀한 방법으로 미국의 정관계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시카고 주재 중국 영사관은 위스콘신주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당국의 중공 바이러스 방역을 칭찬하는 결의안을 도입해달라고 요청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레이 국장은 중국은 특정 당국자 설득에 실패할 경우 중개인을 통해 “당국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장 신뢰하는 사람들을 포섭하려 끈질기게 노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중개인들은 자신이 스파이 활동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레이 국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등 중국 주변국의 정관계 인사들도 이러한 회유와 포섭 공작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