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의장, 대만 총통과 5일 LA서 회동” 공식 확인

한동훈
2023년 04월 4일 오전 11:57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7

미국 하원의장실이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이의 회동 예정을 공식 확인했다.

펀치볼 뉴스에 따르면, 하원의장실은 3일(이하 현지시간) “매카시 의장이 오는 5일 수요일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초당적인 만남을 주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중미 수교국 순방길에 경유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방문하면서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매카시 하원의장과 만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공식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9일 출국한 차이 총통은 먼저 동부의 뉴욕을 방문해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행사에 참석한 뒤,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순방했으며 이달 5일 서부 로스앤젤레스(LA)를 거쳐 대만으로 귀국하는 일정을 발표했다.

중국은 대만을 ‘통일’의 대상으로 보고 있으나, 역사적으로 대만섬은 중국의 지배를 받은 적이 없으며, 대만은 자체적으로 군사, 통화, 헌법과 정부를 보유한 자주적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중화인민공화국(중공)과 수교하면서 중공(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단교해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없다. 이에 미국은 대만 총통에게 ‘경유’하는 방식으로 미국 본토 방문을 허용해왔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대만 고위 당국자의 경유는 방문이 아니다”라며 사적이고 비공식적인 일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역대 대만 총통이 모두 미국을 경유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차이 총통은 2016년 취임 이후 6차례나 미국을 경유했다”며 “이번은 7번째”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차이 총통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바이든 행정부의 다른 관리들도 공개적으로 차이 총통을 만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은 예민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차이 총통이 야당 지도자인 매카시 하원의장과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보복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과 대만 관리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오닝 대변인은 “미 하원의원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공동성명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자제하며, 중미 관계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하원의장이 대만 총통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카시 하원의장의 전임자인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도 2022년 8월 미 해군 전용기를 타고 대만을 전격 방문했다.

당시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강하게 반발하며 태평양 섬나라 주변에 군용기를 띄우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지만, 펠로시 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을 찾아 차이 총통과 면담했다.

백악관은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며, 미국의 오랜 대중 정책과 일치한다고 반응했다.

파텔 대변인은 “우리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현상 변화에 반대한다.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양안의 차이가 해결되기를 계속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에 과민반응 자제를 당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지난주 기자들에게 “(중국은)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를 대만해협 주변의 공격적인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구실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