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펜타닐 원료 밀매 중국기업 4곳·개인 8명 기소

한동훈
2023년 06월 24일 오후 12:52 업데이트: 2023년 06월 24일 오후 12:52

미국 법무부가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미국과 멕시코에 유통시킨 혐의로 중국 기업 4곳과 중국인 8명을 기소했다.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뉴욕 연방법원 2곳에 제출한 총 3건의 공소장을 통해, 미국과 멕시코에서 의도적으로 펜타닐을 제조하고 판매, 공급해 미 연방법을 위반한 혐의로 중국 기업 4곳과 그 임직원 8명을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가 펜타닐 원료물질인 화학 전구체를 밀매한 혐의로 중국 기업을 기소한 첫 번째 사례다.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1건의 공소장에 따르면 후베이성에 본사를 둔 ‘후베이 아마블 바이오텍(Hubei Amarvel Biotech·精奧生物科技)’과 회사 임원 3명은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펜타닐 제조에 쓰이는 원료물질을 시날로아 카르텔 등 멕시코의 마약 밀매업자들에게 배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판매 대금을 암호화폐로 결제받아 자금 세탁한 추가 혐의도 적용됐다.

기소된 후베이 아마블 바이오텍 임원 3명 중 2명은 이달 초 호놀룰루에서 체포돼 뉴욕으로 이송될 예정이며 다른 1명은 아직 수배 중이다.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2건의 공소장에는 ‘안후이 런청 테크놀로지(Anhui Rencheng Technllogy·安徽仁誠科技)’, 안후이 모커 뉴마테리얼 테크놀로지(Anhui Material Technology·安徽摩科斯新材料)’, 안후이 허페이에 본사를 둔 무역회사 ‘허페이 GSK 트레이드(Hefei GSK Trade·合肥葛素克商貿)’와 이들 3개 회사 임직원 5명의 혐의가 명시됐다.

이 공소장에서는 이들 3개사와 그 임원 5명은 펜타닐의 화학 전구체를 미국과 멕시코에 고의로 배포했으며, 화학 전구체를 이용해 펜타닐을 제조하는 방법도 알려줬다고 밝혔다.

전구체는 화학 반응에 참여해 그 결과로 다른 화학 물질을 만들어 내는 물질이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이번 법무부 수사 과정에서 약 2500만 명의 치사량에 해당하는 440파운드(약 200㎏) 이상의 펜타닐 전구체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펜타닐과 그 유사체는 제조 방법이 쉽고 값싸면서도 모르핀보다 100배, 헤로인보다 50배 더 ​​강력한 중독성을 지녀 미국 지역사회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법무부 리사 모나코 차관은 “마약 공급망에 대한 조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 조사에는 마약 카르텔에 약물을 공급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화학 전구체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중국 기업과 임직원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 역시 펜타닐을 미국에 유통시키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뿐만아니라 “카르텔에 치명적인 약물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 화학기업들”도 법무부의 감시 대상이라고 말했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서구권 최대 마약 밀매 조직 중 하나이며, 최근 미국 내 펜타닐의 대량 유통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법무부는 파악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사회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펜타닐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재무부는 펜타닐 밀매와 관련된 중국 단체 7곳과 개인 6명, 멕시코 단체 1곳과 개인 3명을 제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불법 의약물에 위조된 상표를 찍어 합법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데 사용하는 장비를 미국과 멕시코 등에 판매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