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으로 테러 위협 고조”

한동훈
2021년 08월 18일 오전 8:15 업데이트: 2021년 08월 18일 오전 8:50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수중에 넣으며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테러조직 재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의 테러 위협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다만, 최근 사건들로 볼 때, 아프간 내부 테러조직 재건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실히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또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아프간에 거주하는 알카에다나 IS 같은 테러조직이 재집결할 것인지에 대해 평가를 지시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그는 “테러 위협이 가까운 미래에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지 미 국방부가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 정권은 지난 2001년 9·11 테러로 3천명에 가까운 민간인 사망자를 낸 알카에다를 지원하고 숨겨줬다가 같은 해 11월 미국의 강력한 공격에 축출된 후, 테러조직으로 변모해 저항해왔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 평화회담을 위해 적극적으로 맞서기를 주저했고, 그 사이 탈레반 점령 지역은 비슷한 성향을 지닌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근거지가 될 위험성이 높아졌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단체인 하마스의 고위 간부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시대에 뒤처진 테러조직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오늘 탈레반이 승리했다”며 탈레반의 승리를 축하했다.

A Taliban terrorist
탈레반 무장 대원이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시에서 소총을 든 채 서 있다. 2021.8.14 | 로이터/연합

마르주크는 이어 “그들은 미국 요원들과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맞섰다. ‘민주주의’와 ‘선거’라는 허울 좋은 이야기에 그들은 속지 않았다”는 말로 탈레반이 이슬람 근본주의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미 국무부가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몇몇 단체들도 탈레반의 카불 점령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탈레반의 승리를 지지한 단체는 테러 조직에만 그치지 않았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중국 정부와 탈레반과의 외교 관계 발전 가능성을 선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탈레반이 승리를 선언한 당일, 웨이보에 1분짜리 영상을 올려 “탈레반은 엄정한 기율과 반부패, 상업 회복으로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 아프간 최대 세력으로 일어섰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 영상은 ‘테러 단체를 노골적으로 옹호한다’는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곧 삭제됐지만, 환구시보 등 다른 관영매체에서는 미국의 철수를 비아냥거리며 탈레반의 집권을 정당화하는 보도와 논평이 이어졌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날 중국 공산당과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은 중국의 서부 신장 지역과 76km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한편 이날 미 국방부 커비 대변인은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질서정연하게 철수하려 한다”며 미군이 안전한 철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성급한 철수’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