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공산주의 반군 테러단체 지정 해제 방침…플로리다 주지사 반발

하석원
2021년 11월 26일 오후 12:19 업데이트: 2021년 11월 26일 오후 2:29

플로리다, 반군 피해 이주한 콜롬비아계 주민들 많아
내년 주지사 선거 앞두고 민주당 후보들도 비판 동참

조 바이든 행정부가 콜롬비아 공산주의 반군 단체를 테러단체 지정 해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비판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소속 드산티스 주지사는 24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을 국무부 지정 해외 테러단체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라틴 아메리카 전역의 테러단체를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마약 밀매조직에 힘을 실어주고, 콜롬비아에서 좌파 카스트로-차베스주의가 부활하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스트로 주의는 쿠바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가 체 게바라와 손잡고 기존 정권을 전복해 마르크스-레닌주의 독재를 실시하다가 만들어낸 변종 마르크스-레닌주의다.

차베스주의는 베네수엘라 독재자 우고 차베스가 추구한 정치 이념으로 사회주의와 페미니즘, 녹색 정치 등 다양한 좌파적 이념을 결합한 결과물이다.

드산티스 주지사가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플로리다에 이주한 콜롬비아계 주민들 일부가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의 직간접적인 피해자라는 점도 작용했다.

그는 콜롬비아에서 민간인 살인을 벌인 공산주의 반군 단체를 테러단체에서 빼겠다는 바이든의 결정은 참극을 피해 미국에 이주한 “콜롬비아계 주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은 콜롬비아 공산당이 국가전복을 목적으로 1964년 창설한 무장단체다. 정식 명칭은 ‘마르크스주의 혁명 무장 세력’으로 지난 2016년까지 50년 이상 중남미에서 강탈과 납치, 수십억 달러 규모의 코카인 밀매로 자금을 모아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쳐왔다.

지난 2016년 8월 정부와 평화협정에 합의하고 같은 해 9월 서명했지만, 잔당들이 남아 여전히 테러를 벌이고 있다. 지난 9월 남부 농촌 지역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5명을 살해한 사건이 이들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이날은 평화협정 5주년 기념일이었다.

미 국무부는 이 단체를 지난 1997년 10월 해외 테러단체로 지정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평화협정 체결을 계기로 명단에서 제외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대신 잔당 일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콜롬비아 국립역사기념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2014년 휴전 전까지 좌파 반군과 우파 자경단 사이의 분쟁으로 22만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민간인은 17만7천명이고 전투원은 4만명에 그쳤다. 5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해 이중 일부가 플로리다 등 미국으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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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게릴라들이 반군 수장과 당시 콜롬비아 대통령의 회담 장소를 지키고 있다. 2001년 2월 촬영 | Luis Acosta/AFP via Getty Images/연합

내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 드산티스 대항마로 유력한 찰리 크리스트 민주당 하원의원도 이번 콜롬비아 무장혁명군 테러단체 지정 해제 계획에 유감을 나타냈다.

전 플로리다 주지사인 크리스트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은 수십 년의 전쟁과 죽음을 초래해 테러단체로 지정됐다”며 “미 국무부가 해외 테러조직 명단에서 이 단체 삭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트 의원은 “플로리다와 미국 전역의 콜롬비아계 주민들과 함께 한다”며 “미국을 집이라고 부르는 공동체의 조언과 동의 없이, 미국이 부여하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내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의 또 다른 후보인 아네트 타데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역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어머니가 콜롬비아인인 타데오는 트위터를 통해 “2차 세계대전 미국 전투기 조종사였던 아버지를 납치한 마르크스주의 테러조직 콜롬비아 무장혁명군 때문에 나는 17세 때 고국을 탈출해야 했다”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이 소식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방금 전까지 국무부에 전화를 걸어서 알렸다”며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 단체의 테러단체 지정이 해제됐다는 질문에 “관련 보고를 받은 바 없다”며 “국가안보팀에 기꺼이 확인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미 국무부는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기사 송고 전까지 국무부의 해외 테러단체 목록에는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이 올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