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국에 군사장비 지원요청…무기 고갈 징후”

한동훈
2022년 03월 14일 오후 3:03 업데이트: 2022년 03월 14일 오후 5:32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장비와 군수 물자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러시아가 중국에 어떤 군사장비를 요청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중국 공산당(중공)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미국 정부가 알고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는 많지만, 무인기(드론)가 부족하다며 중국이 드론 기술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근거해 드론이나 미사일 지원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러시아를 도울 징후가 있으며, 미국이 이를 동맹국에 알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러시아가 일부 무기를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 주재 중공 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FT 보도를 부인했다. 류 대변인은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한다는 소식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며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애도하고 하루빨리 평화를 되찾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공이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더라도 이를 솔직하게 시인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공은 러시아에 “베이징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만 전쟁을 늦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사전에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했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를 편들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공은 서방사회의 경제·금융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 ‘생명선’이 되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13일 “러시아 정부가 보유한 금과 외환 보유액 중 일부를 중국 위안화로 가격을 표시하고 있다”며 서방 제재에 맞서 중국과의 무역을 제재 우회창구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중국(중공)과의 기존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서방 시장이 폐쇄된 상황 속에서 이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이 같은 인식을 재확인했다.

중국 내부 전문가들 역시 중공이 러시아를 돕고 있으며, 중국에서 생산한 식량과 군수품을 보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머물면서 중공을 향해 ‘위험한 수위’의 발언을 내놓고 있는 위안훙방 전 베이징대 법학과 교수는 “(중공이) 러시아군의 식량 일부를 공급하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 군수품을 제조하고 군량미를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공이) 러시아의 제재 회피 노력이나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가 입은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도록 돕는다면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란 점을 베이징에 말했다”고 했다. 경제 제재에 역행해 러시아의 생명선을 연장해주는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이 중국을 전면 제재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보전문가로 활동 중인 에릭 세이어스 전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고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한다면, 그것이 어떤 것이라도 엄청난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 등 모든 협력관계에 관한 대화를 중단할 것이고,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무역 보복을 가속화할 것이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들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동맹국은 러시아에 대해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등 전례 없는 제재를 가했으며, 우크라이나에 수십억 달러의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 이와 함께 중공에도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주요 무역 파트너이며, 중공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대해 ‘침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공 총서기는 서방의 공동 제재로 인해 세계 금융, 에너지 공급, 물류, 공급망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서방 제제로 러시아산 석유를 마음대로 구매하지 못하게 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의 거친 입’으로 활동했던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설리번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도록 중국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실망할 것”이라며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