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그룹 수장 무장반란…러 당국은 체포 명령

한동훈
2023년 06월 24일 오후 2:47 업데이트: 2023년 06월 24일 오후 4:45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 “러시아 군이 후방 공격…처벌해야”
러시아 국방부·외교부 “사실무근”, 보안당국은 체포 명령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던 러시아 용병집단이 반란을 선언하고 국경을 넘어 러시아 영토로 진입한 가운데, 러시아 정부가 이를 범죄로 규정하고 용병집단 수장 체포령을 내렸다.

24일 로이터 통신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반란 혐의로 형사 입건하고 체포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 정부는 또한 바그너 그룹 소속 용병들에게는 프리고진 체포를 촉구했다.

반면, 프리고진은 이번 군사행동이 “무장반란”이라면서도 “군사 쿠데타가 아니라 정의의 행진”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영상과 음성 메시지에서 러시아 군부가 먼저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자신과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를 대신해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으나 러시아 국방장관 세르게이 쇼이구가 전날(23일) 바그너 그룹의 후방 캠프에 미사일 공격을 지시해 휘하 용병 약 2천 명이 전사했다고 말했다.

이 주장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의 병력 2만5천 명이 우크라이나에서 회군, 국경을 넘어 러시아 남부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 진입했으며 모스크바로 행진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바그너 그룹 전원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비롯한 러시아군 수뇌부를 처벌하기 위해 죽을 각오가 됐다고 밝히고, 러시아 정규군에 막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에 대한 미사일 공격 의혹을 부인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프리고진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반란 정당화를 위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관영 타스통신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프리고진을 ‘선동 및 무력 봉기’ 혐의로 형사 고발하고 즉각 체포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해당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12년에서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연방보안국은 바그너 그룹 소속 용병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고 러시아 국민에 대한 어떠한 강압적 행동도 중단하라”고 명령하는 한편 “프리고진의 범죄적이고 배신적인 명령을 이행하지 말고 그를 구금하라”고 촉구했다.

타스 통신은 연방보안국을 인용 “프리고진의 발언과 행동은 러시아 영토에서 무장 내전을 촉발하고 친나치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는 러시아 군인의 등을 찌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군사기지를 장악한 후 연설하고 있다. 2023.6.24 | 텔래그램 화면 캡처/@concordgroup_official /AFP/연합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측근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몇 달간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 러시아군 수뇌부를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그는 23일 텔레그램 영상을 통해 쇼이구, 게라시모프 등 러시아 군 수뇌부가 자신의 출세를 위해 ‘나토 확장’, ‘우크라이나의 선제 공격 가능성’ 등 거짓말로 푸틴과 러시아 국민을 속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켰다고 거듭 비난했다.

프리고진은 지금까지 바그너 그룹이 많은 검문소를 지났지만 저항을 만나지는 않았으며, 민간 호송대를 향해 발포한 러시아 정규군 헬리콥터 한 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타스 통신은 이날 모스크바의 중요 시설에 대한 보안이 강화됐고 러시아 국가방위군 특수부대가 대테러 경계태세에 들어갔으며 로스토프나도누의 군사기지 인근에 많은 군과 경찰 검문소가 설치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이날 오후 로스토프나도누의 해당 군사시설을 점령한 채 텔레그램을 통해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오지 않으면 로스토프나도누를 봉쇄하고 모스크바로 진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모든 러시아 보안 기관이 프리고진 주변 상황에 대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24시간 보고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번 사안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태를 일단 관망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트위터 를 통해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