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산티스, “트럼프 좌클릭” 비판하며 대선 출마 후 첫 유세

한동훈
2023년 06월 1일 오후 3:43 업데이트: 2023년 06월 1일 오후 3:43

론 드산티스(44)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대선 출마 공식 선언 후 첫 유세에 나섰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의 주도인 디모인 외곽의 한 교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는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재정지출, 낙태, 범죄 등의 쟁점에서 “왼쪽으로 이동했다”며 보수적 가치를 지켜내려는 의지가 약해졌다고 비판했다. 트럼트가 재임 중 시행했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해서도 “말뿐인 서비스였다”고 직격했다.

또한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나선다면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유권자가 많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며 중도층 표심을 잡을 수 있는 후보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웠다.

드산티스는 “두 번의 임기(8년)를 수행할 수 있는 보수적인 공화당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내년 대선 때 78세가 되며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1회 4년만 재임 가능한 트럼프에 비해 자신의 장점을 내세운 발언이다.

미국 대통령의 3선을 금지한 1995년 개헌 이후 미국에서 지금까지 배출된 대통령 13명 중 재선에 성공한 인물은 8명으로 공화당 5명, 민주당 3명이다. 단순한 확률로 절반이 약간 넘지만, 현직 대통령으로 대선에 출마한다고 재선에 유리하다고만은 보기 어렵다.

다만, 드산티스는 8년 임기의 필요성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입힌 피해”를 복구하고, 진보성향 엘리트층이 정부기관을 장악하고 “악성적인 이념”을 도입해 저해한 교육 시스템을 회복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세장에는 장소 여건상 약 500명만 입장했으며, 250여 명의 청중은 모니터를 통해 유세 연설을 들었다.

드산티스는 연설 때는 트럼프 비판을 자제하며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기자회견에서 “플로리다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세 번째로 많은 주”, “뉴욕에서 사망자가 적었다”는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관련해 논평을 요청받자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은 쿠오모(전 뉴욕 주지사)가 플로리다보다 코로나19를 더 잘 다뤘다며 나를 공격하고 있다”며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나라 공화당 지지자 중 자유로운 플로리다보다 쿠오모 재임하의 뉴욕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트럼프) 일가는 내가 주지사로 재임 중인 플로리다로 이사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트럼프는 플로리다 팜비치의 자기 소유 리조트인 마러라고 내 자택에 머물고 있다.

드산티스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에 대한 견제 발언을 내놓긴 했지만, 자신의 대선 후보 경선 운동은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에 초점 맞출 것이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트럼프는 공화당 내 라이벌에만 신경 쓰면서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유권자를 내쪽으로 몰아주고 있다”며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도가 약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드산티스의 연설은 지난달 24일 대선 후보 경선 공식 출마를 선언한 이후 첫 공식 선거 유세였다.

드산티스는 오는 3일까지 아이오와주를 비롯해 3개 주 총 12개 도시를 순회하며 연설 겸 선거자금 모금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아이오와주 순회에는 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아이오와주 공화당 상원의원 조니 에른스트가 합류한다.

론 드산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와 아내 케이시가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대선 유세 현장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3.5.30 | Scott Olson/Getty Images

아이오와는 공화당의 첫 경선지로 초반 판세가 달린 핵심 지역이다. 복음주의 성향이 강한 곳으로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와 맞붙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지역 목사들을 중심으로 표심을 공략해 아이오와에서 승리를 거둔 전례가 있다.

드산티스 역시 크루즈 의원의 전략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연설 전 아내 케이시와 함께 아이오와 지역 목사들을 만나 함께 기도하며 눈도장을 받았다.

현재까진 아이오와에서 트럼프 강세가 여전하다. 트산티스의 공식 출마 선언 전인 지난달 19~21일 아이오와 등록 유권자 10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지지도 62%로 드산티스(20%)를 압도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드산티스가 아이오와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지지율 30%포인트를 더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트럼프 역시 5월 31일과 6월 1일에 아이오와에서 종교 지도자들과 만난 뒤 언론 인터뷰, 공화당 인사들과 만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아이오와 일정은 드산티스가 연설한 30일 당일 발표됐다.

* 이 기사는 존 휴이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