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판 확정된 배심원 7명…대부분 좌파매체 즐겨 읽어

한동훈
2024년 04월 17일 오후 7:24 업데이트: 2024년 04월 17일 오후 7:24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형사사건 배심원 12명 가운데 7명이 확정된 가운데, 정치적 편파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판 둘째 날인16일(현지 시간) 검찰과 트럼프 변호인 측의 치열한 공방 끝에 결정된 배심원 7명의 직업은 각각 세일즈맨, 간호사, 기업변호사, 정보통신(IT) 컨설턴트, 영어교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민사소송 변호사로 발표됐다.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명단에는 직업 외에도 취미 등 배심원들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추가 정보가 담겨 있었다. 연번으로 표시된 이들의 뉴스 소비 형태에서는 다수가 좌파 성향 매체를 이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1번 배심원은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중년의 세일즈맨”으로 “보통 뉴욕타임스, 데일리메일, 폭스뉴스, MSNBC로 뉴스를 접한다”고 진술했고 2번 배심원은 “개를 데리고 공원 산책을 즐기는 종양간호사”로 “일반적으로 뉴욕타임스, CNN, 구글,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본다”고 말했다.

3번 “등산과 달리기를 좋아하는 기업 변호사”인 배심원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구글”을 주된 뉴스 소비 채널이라고 밝혔고, IT 컨설턴트인 4번은 주로 데일리뉴스, 뉴욕타임스, 구글에서 뉴스를 읽었다. 영어 교사인 5번은 구글과 틱톡을 평소 즐겨 보는 뉴스 채널로 꼽았다.

춤추기와 TV보기가 취미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6번 배심원은 뉴욕타임스와 틱톡에서 뉴스를 본다고 말했고, 7번은 노스캐롤라이나 소속의 민사 소송 변호사로 현재 뉴욕 맨해튼의 고급 주택가인 어퍼이스트 사이드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재판은 선정된 7명의 배심원들이 차례로 공정한 배심원이 되겠다고 선서한 후 마무리됐다. 당초 수 주일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배심원 선정 절차는 이날 7명이 결정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의 등장 이후 미국의 정치 지형이 급속도로 양극화되면서 공정한 배심원을 구성하도록 마련된 미국의 사법 절차는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배심원들은 편파적이지 않은 활동을 서약했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접했던 매체에서 받은 영향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틱톡은 미국 의원들에 의해 중국 공산당의 선전을 퍼뜨리는 선거·정치 개입 수단이라는 지적을 받아왔고, 뉴욕타임스는 지난 수년간 다른 매체에 비해 중공을 두둔하거나 비판을 자제하는 행보를 보였다.

CNN은 2020년 12월 유출된 내부 회의 음성파일에서 당시 제프 주커 사장이 “트럼프의 어떤 것도 ‘정상인’으로 취급해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른바 트럼프의 막말, 미치광이 이미지를 벗어나지 말라고 지시한 셈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에도 미국 주류 매체들이 자신과 관련해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이번 재판을 앞두고도 “불공정한 언론 보도로 공정한 재판을 받는 게 불가능하다”며 재판 연기를 요구해왔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범죄 ‘사업기록 조작’…연방 선거법 위반 될까?

검찰 공소장에는 트럼프에 관한 34가지 혐의가 적혀 있으나, 모두 ‘사업 기록 위조’ 혐의다. 뉴욕 주법에 따르면 사업 기록 위조는 경범죄이지만, 다른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사용하면 중범죄로 취급해 연방 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그런데 이번 형사재판을 전하는 다수 한국 언론은 ‘성추문 입막음 혐의(의혹)’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 재판이 성추문 입막음 돈을 건넨 것의 유죄 여부를 따지는 재판인 것처럼 들린다.

성추문은 트럼프에 비판적인 미국 주류 매체들도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이들 매체는 ‘입막음(hush-money) 재판’이란 표현을 쓴다. 성추문이 사실일 수도 있으나, 입증되지 않았으며 이번 형사재판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사업 기록 위조가 연방 선거법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느냐 여부다. 트럼프 측은 이런 범죄를 연방 선거법 위반으로 엮는 기소는 판례조차 없는 억지라고 주장한다.

연방 선거법 위반이라면 법무부가 연방법원에 기소해야 할 사안이지만, 이 사건은 지방검찰이 지방법원에 기소한 상태라는 점도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하는 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당초 법무부 역시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이번 재판을 ‘마녀사냥’, ‘정치 공세’라고 지적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는 성추문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입막음’ 돈 지급은 자신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행한 개인적 거래였으며, 자신은 이를 법률 서비스로 여겨 회사 차원에서 정당한 ‘소송 비용’을 지불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코언은 자신이 먼저 돈을 주고 나중에 트럼프 회사에서 변제를 받았다고 했다.

스캔들 상대로 지목된 여성은 돈을 받고 ‘비밀유지계약’을 맺었지만, 자기 스스로 이를 어겼다가 2천만 달러(약 277억원)의 위약금 청구 소송을 당할 위험에 처하자 공세적으로 나온 상황이다.

이 여성은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부른 트럼프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8년 말 항소법원에서 패소하고 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법원은 그녀에게 트럼프의 변호사 비용 30만 달러(4억1580만원)를 대신 내라고 명령했다.

* 이 기사는 톰 오지메크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