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부 조작’ 형사재판 둘째날, 배심원단 일부 확정

한동훈
2024년 04월 17일 오후 1:38 업데이트: 2024년 04월 17일 오후 1:38

총 12명 배심원단 ‘공정한 판단’ 집중 검토…SNS 행적 공방
‘바이든 당선 축하행사 참석 게시물’에 판사 “결격 사유 아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계 장부 조작 지시 혐의에 관한 형사재판 이틀째인 16일(현지 시각) 배심원이 일부 선정됐다.

다수 국내 매체는 이 사건을 ‘성추문 (관련 돈) 의혹’ 등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검찰이 제기한 정확한 혐의는 회계 장부 조작 여부다.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가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성인물 출연 여배우와 ‘비밀 유지 계약’을 맺으면서 건넨 돈을 ‘법률 서비스 비용’으로 처리해 합법적인 지출로 둔갑시켰냐는 것이다.

비밀 유지 계약의 대가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미국에서 불법은 아니다. 다만, 이 비용을 회사의 정당한 지출로 꾸몄다면 연방 선거법 위반이라고 검찰은 주장한다. 트럼프 측은 이 계약이 선거 전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이뤄진 코언 변호사의 개인적 거래라는 입장이다.

이날 트럼프 측 변호인과 검찰은 총 12명의 배심원과 6명의 교체 후보 등 18명 중 7명 선정을 마쳤다. 선정 작업은 수 시간 동안 계속됐다. 수십 명의 배심원 후보군은 직업, 결혼 여부, 소셜미디어 게시물, 어디서 뉴스를 보고 있는지 등에 관해 질문을 받았다.

양측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배심원을 제외하기 위해 공방을 주고받았다. 몇몇 배심원 후보들은 자신이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시인한 후 배심원에서 제외됐다. 특정 정치 성향을 나타냈다는 지적이 제기된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둘러싸고 논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텍사스 출신 남성은 “무의식적으로 공화당에 기울어진 편견이 작용할 수 있다”고 대답했고 담당 판사인 후안 머천 판사는 “배심원 참가 기준인 공정성이 불분명하다”며 배심원 제외 판결을 내렸다.

한 배심원 후보는 과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좋은 소식이다, 트럼프가 패했다”며 “그를 끌어내 가두자”는 글을 작성한 사실이 트럼프 측 변호인에 의해 드러났다. 머천 판사는 변호인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그를 배심원에서 배제했다.

그러나 변호인의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한 배심원은 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퍼레이드에 참가했지만, 머천 판사는 “주요 정부 인사들이 결정됐음을 축하한 행위”라며 배심원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구 트위터) 계정에서 “이 결정은 정당하지 않은 것 같다”고 머천 판사의 결정을 비판했다.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기업인 비벡 라마스와미 역시 공정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꼬집었다.

그는 “만약 공화당 우세 지역인 미시시피에서 바이든이 재판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자”며 “트럼프 대선 승리 파티에 참석한 배심원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있는데 판사가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판결한 셈”이라고 엑스에 적었다.

이어 “주류 매체들은 분노로 들끓을 것이고 안티파(Antifa·극좌단체)가 거리로 나올 것이다. 이번 재판은 정의 구현을 위한 재판이 아니라 선거 개입용 재판이다”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주류 매체가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거짓말을 퍼뜨린다는 지론에 따른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자신의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왔으며 재판 첫날인 15일 법정에 들어서기 전 이번 사건은 정치 공세라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그는 “이 재판은 실제로는 정치적 라이벌에 대한 공격이다. 그게 전부”라고 법정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번 재판은 6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이 기간 트럼프는 법정 출석 등으로 인해 대선 유세 활동에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