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도착한 버스기사는 쏟아지는 승객 폭언과 눈총에 결국 눈물을 쏟았다”

이서현
2019년 12월 14일 오후 6:2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36

늦게 도착한 버스기사에 승객들이 폭언하면서 해당 정류장 운행이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기 광주시 ‘쌍령초교ㆍ동성아파트ㆍ현대아파트’ 정류장에 붙은 안내문이 화제가 됐다.

안내문에는 “2번 버스 승무원과 이용객들 간의 싸움으로 12월 12일 오수 2시경 부터 단지 앞 정류장 운행이 잠정 중단되니 다른 정류장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이 공지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안내문을 공개한 이는 “버스가 왜 안 오는지 모르는 분들이 있어서 올린다”라고 운을 뗐다.

글쓴이가 전한 상황은 이랬다.

유난히 차가 막혀 2번 버스가 늦게 도착하자 모든 승객이 한마디씩 하며 버스를 탔다.

그러다 한 남성 승객이 여성기사에 “시간 좀 잘 지켜라. 신고할 테니 그렇게 알라”라며 “XX이 시간을 지켜야 할 것 아니야”라고 계속 욕을 했다는 것.

결국 기사는 몸을 떨며 울다 운전을 멈췄고 승객들은 다른 버스로 갈아타는 상황이 벌어졌다.

소동이 벌어진 직후, 버스회사 측은 버스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당일 오후부터 2번 버스 노선 중 ‘쌍령초교ㆍ동성아파트ㆍ현대아파트’ 정류장에는 정차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세 정류장은 드물게 단지 내부까지 들어가는 노선으로 주변에 초등학교가 있고 유턴에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버스회사에서 배려 차원에서 운행을 유지했던 곳이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대부분 누리꾼은 버스회사 측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선즙필승'(먼저 눈물을 보여 이긴다)이라는 댓글을 달며 버스기사를 비난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당시 버스를 탔던 또 다른 목격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글을 올린다”라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자주 2번 버스를 탄다는 글쓴이는 당시 5분 거리가 20~30분이 걸릴 정도로 극심한 차량정체 상황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후 문제의 남성 승객이 탔고 욕을 하기 시작하자 버스기사는 차를 세운 후 울먹거리며 차가 막혀서 늦었다고 해명했다는 것.

그러자 승객은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공짜로 타? 돈 내고 타잖아!”라며 소리를 질렀다.

버스기사는 결국 울음이 터져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고 한다.

승객은 “아, 운전하라고!” 소리친 뒤 바로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따졌다. 또, 다른 버스를 타겠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쳤다.

이에 다른 승객들 역시 화가 나서 버스기사에게 “빨리 출발해라” “지금 뭐 하는 거냐” 소리 지르는 상황이 이어졌다.

한 아주머니가 차분히 “차가 막혀서 늦은 걸 아니 진정하고 운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버스기사는 “제가 손이.. 손이 떨려서… 운전을 못 하겠어요”라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대부분 승객이 화를 내면서 문을 열라고 소리쳤고 다 내리게 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후, 글쓴이는 “별걸로 다 유난이다” “요즘 버스 기사들은 무장이 안 돼 있어” “짜증이야”라며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이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원래 문제가 많던 지역이다. 그렇기에 버스 기사분들의 의지를 존중하며 아무거도 모르면서 ‘선즙필승’이라고 하신 분은 반성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에 경기고속 광주영업소 측은 “승객들이 기사에게 심한 말로 항의했다. 나중에는 ‘죽여버리겠다’고 했다”라며 해당 단지에는 정차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 광주시와 경기고속 본사, 경기고속 광주영업소는 협의를 거쳐 공지 하루 만에 운행 재개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