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중국 위협…쿼드 첫 정상회담 “세계의 이익을 위한 힘”

하석원
2021년 09월 25일 오전 11:12 업데이트: 2021년 09월 25일 오전 11:31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4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들이 24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초청해 열린 이번 회담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맞서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먼저 쿼드 회원 4개국을 향해 “세계관을 공유하며 공통된 미래 비전을 가진 민주주의 파트너”라고 칭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우리는 6개월 전 만났을 때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공동의 긍정적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구체적 약속을 했다”며 “오늘 우리가 훌륭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유하고 있는 민주적 가치에 기초해 공급망 안정과 글로벌 안보, 기후변화 대응,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 등을 논의하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회담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쿼드 4개국이 지역 안보 외에 우주항공기술,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해 새 워킹그룹을 만들고 사이버 보안 프로젝트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쿼드 4개국 첫 대면 정상회담 개최는 지난 15일 미국, 호주, 영국이 중국에 대항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초점을 맞춘 새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결성을 발표한 지 약 열흘 만이다.

모디 인도 총리는 쿼드가 “세계의 이익을 위한 힘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쿼드가 특정 그룹이 아닌 세계 전체의 이익을 위해 결성됐다는 모디 총리 발언은 쿼드를 비난한 중국 공산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쿼드 정상회의를 “시대조류에 어긋났다”며 “폐쇄적·배타적으로 타국을 겨냥하는 소그룹”이라고 비난하며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려 시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은 쿼드가 사이버 안보를 위해 고위급 정기 협의 기구를 창설해 중요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방어 협력을 강화하고, 우주 공간에서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산주의 대국 중국이 미국과 핵능력에 있어 동등한 수준에 도달하려 하고, 인공위성 무기의 개발과 사이버 침투를 지속하고 있어 우주공간 안보와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쿼드와 관련해 언론과 전화통화에서 “국무부와 사이버 안보 강화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지도자 수준으로 격상될 것”이라며 “4개국 모두를 괴롭히고 있는 사이버 위협에 맞서 중요 인프라를 강력하게 방어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 국방부 사이버 보안 정책전략 및 국제 담당 국장인 존 밀스는 “중요 인프라의 사이버 보안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최근 천연가스와 농업을 포함해 미국의 중요 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회담의 성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에스토니아에서 실시하는 대규모 사이버 훈련에 인도와 호주도 참가하게 돼야 한다”며 “일본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사이버 보안을 구축했다. 인도와 호주의 합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쿼드 4개국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자주 꺼내 드는 표현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역시 “이번 행사는 우리 4개국 사이의 강한 연대와 자유롭고 개방된 태평양이라는 목표를 향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