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모범적이라 오히려 언급 안 된다는 기업의 정체

황효정
2021년 02월 16일 오전 10:3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22

너무 모범적이라 오히려 언급이 안 된다는 기업이 있다. 혹자에게는 교보문고로 더 친숙한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그룹 창업주인 신용호 초대 회장은 독립운동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6형제 중 다섯째 아들이었는데, 형들도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이들 가족은 독립유공자로 인정되기도 했다.

가족 전체가 독립운동에 투신하다 보니 가족은 가난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형들 대신 자신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겠다고 결심한 신용호 회장은 20대 청년 시절부터 일찍이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사업을 하면서는 번 돈을 독립운동자금에 지원했다.

신용호 회장 / 교보생명

세월이 흘러 모두가 인정하는 굴지의 기업으로 자리 잡은 1980년. 교보생명은 광화문에 사옥을 세우고 모두가 말리는 가운데 교보문고를 설립했다.

서울 한복판의 비싼 땅값에 서점 운영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발에 신용호 회장은 수익을 포기해서라도 시민들과 가까운 자리에 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교보문고의 운영지침은 다섯 가지.

1.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에게도 반드시 존댓말을 쓸 것

2. 책을 한 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절대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3. 책을 이것저것 빼 보기만 하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을 주지 말 것

4. 책을 앉아서 노트에 베끼더라도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5. 책을 훔쳐 가더라도 도둑 취급하여 절대 망신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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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인정해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1996년 신용호 회장에게 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003년 향년 86세로 타계한 신용호 회장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신용호 창업주의 장남 신창재 회장은 물려받은 재산의 60%인 1,830억원을 상속세로 납부했다.

상속세, 증여세 줄이기는 재벌가의 최대 관심사다.

최소한으로 세금 내려고 편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재벌가 사이에서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상속세를 에누리 없이 전부 납부했다.

최근 일로 따지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던 지난 2019년이다.

교보생명은 국내 사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독립운동가 9명의 초상으로 광화문 외벽을 감싸는 캠페인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