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여고생 집까지 데려다준 은인이 10일 뒤 ‘스토커’로 변했다

김연진
2019년 12월 12일 오후 1:46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37

20대 남성이 한 가정집에 몰래 침입하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알고 보니, 그는 10일 전 이 집에 살고 있는 여고생이 길을 잃었을 때 데려다준 사람이었다.

여고생을 데려다주면서 집 주소를 몰래 훔쳐본 뒤 침입을 시도한 것이다.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는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이 한 가정집에 침입하려다가 적발된 사건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6일 밤 대전의 A아파트에 20대 남성이 등장했다. 그는 아파트 공동 현관문을 통과한 뒤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MBC ‘뉴스데스크’

4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4층에 도착한 그는 자연스럽게 한 가정집으로 향해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비밀번호가 틀리자 수차례 ‘삑삑’ 신호음이 울렸고, 이후 그는 현장을 떠났다.

20대 남성은 여고생 A양이 사는 집에 침입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A양에 따르면, 그는 10일 전 차로 A양을 아파트 입구까지 태워준 사람이었다.

이 아파트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던 A양이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자, 20대 남성이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한 것이었다.

경계심을 품었던 A양은 정확한 집 주소를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20대 남성은 몇 동, 몇 호인지 정확한 주소까지 알아내 A양을 찾아왔다.

MBC ‘뉴스데스크’

A양은 “처음에 현관에서 ‘삐’ 소리가 나길래 아빠인 줄 알았다. 그런데 현관 밖을 보니까 10일 전 그 남자가 거기 서 있었다.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무서워서 방에 있을 때도 문을 잠가놓는다”라며 그날 이후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호소했다. 현재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A양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20대 남성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높은 건물을 찾은 것뿐이다. A양의 집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은 20대 남성이 성범죄 시도 정황이 없다고 판단해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했다. 결국 그는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송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