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물난리에 도로 끊기고 산사태 나도 ‘전액환불’ 안 된다는 숙박업소

이서현
2020년 08월 10일 오전 10:54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5

집중 호우가 여름 휴가철과 겹치면서 숙박시설 환불을 둘러싼 갈등이 일고 있다.

이달 초 강원 영서와 경기 북부에 폭우가 지속되자 이곳으로 휴가를 떠나려던 이들이 여행을 서둘러 취소했다.

경기도 가평에서는 곳곳에 도로가 끊기고, 가스와 수도 공급도 중단됐다.

지난 3일에는 시간당 200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펜션을 운영하던 일가족 3명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3일 일가족 3명이 사망한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 펜션 |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가평에 산사태주의보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가평으로 휴가를 떠나려던 이모(24) 씨는 가평군청에 문의해 현지 상황을 알아봤다.

군청에서는 도로 상황이 위험하니 웬만하면 오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이씨는 예약일 하루 전 펜션 측에 이를 알리며 환불을 문의했다.

하지만 펜션 측은 우회로가 있다고 알리며 환불은 절대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했지만 강제성이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3일 물에 잠긴 경기도 가평군 하천리의 한 유원지 | 연합뉴스

강원 영월로 캠핑을 떠나려던 20대 직장인 김모 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김씨도 캠핑장에 환불을 문의하니 “당일 날씨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처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폭우로 여행을 포기하면서 예약했던 숙박시설 환불과 관련한 문의글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와 관련한 상담건수는 7월 다섯째 주 11건에서 8월 첫째 주 221건으로 무려 20배 가까이 늘었다.

물에 잠긴 가평 자라섬 | 연합뉴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기상악화 때 소비자는 숙박비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단, 당일 기상 상황 기준으로 소비자가 숙박지역 이동 또는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할 경우다.

숙박 예정일에 폭우가 내린다면 100% 환불을 받고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기상 상황을 우려해 미리 예약을 취소하면 전액환불을 받을 수 없다.

미리 취소하더라도 여름 성수기(7월 15일~8월 24일) 주중 기준 숙박 예정일 10일 전 또는 계약체결 당일 취소하면 계약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

이후 이용일 7일 전에는 90%, 5일 전에는 70%, 3일 전에는 50%를 환불받을 수 있다.

하루 전이나 당일 취소를 하면 주중엔 총 요금의 20%, 성수기 주말엔 10%만 환급된다.

하지만 천재지변에 따른 계약금 환급 역시 권고안일 뿐이어서 강제성은 없다.

대부분 소비자는 단순 변심으로 ‘안 가는 것’과 자연재해로 ‘못 가는 것’은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년 불거지는 숙박업소 환불 문제와 관련한 갈등을 없애려면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