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때문에 국가비상사태 선포?…누가 ‘기후 위기’를 이용하나

조슈아 필립(Joshua Philipp)
2023년 08월 28일 오후 5:57 업데이트: 2023년 08월 28일 오후 6:59

기후 위기 때문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그 실체와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18일(현지 시간) 방영된 영문 에포크TV 탐사보도 프로그램 ‘크로스로드’는 ‘우리는 정말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는가’를 두고 집중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프로그램 진행자 조슈아 필립은 “수십 년 동안 기득권층은 우리가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해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기득권층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도자에게 모든 것을 재창조할 궁극의 권력을 부여하는 길”뿐이다. ‘피할 수 없는 위기’인 기후 변화 때문에 전 세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위기’가 계속 달라진다는 데 있다. 필립은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 나면 곧바로 뒤집어 내러티브를 바꾸지만, 어젠다의 해결책은 전체적으로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를 재편할 수 있는 새로운 권위주의적 권력이 필요하다는 게 기득권층의 입장이다. 그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그러한 권력을 쥐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국가 기후 비상사태’를 통해서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국가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했다는 뉴스 보도도 있었다. 앞서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은 ‘웨더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와 관련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준비가 돼 있냐”는 질문에 “이미 실질적으로 선언했다”고 답했다.

에포크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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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필립은 “바이든이 실제로 기후 변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는 생각이 들기 쉽지만, 사실은 기득권층이 군침을 흘릴 만큼의 최종적인 단계는 밟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 속 ‘실질적으로’란 표현에 주목했다.

지난해 7월 바이든 대통령은 폭염에 대응하고 해상 풍력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미 연방재난관리청에 대한 2300억 달러 지출이 포함됐다. 당시 기성 언론들은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발표에 대해 더 강한 입장을 요구한 것이다.

필립은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발표 전날부터 바이든이 기후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공화당 의원들을 우회하기 위한 더욱 극단적인 옵션을 찾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며 언론들은 비상사태 선포를 바라는 눈치라고 전했다.

이러한 비상사태 선포 기대를 배경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변화 정책 시행을 추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이 이탈함으로써 민주당이 표 부족으로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필립은 “그래서 그들이 우회한 다음 취할 입장이 비상사태 선포였다. 비상사태를 선언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인플레이션 감소법’이 등장했다.

필립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소를 명목으로 통과된 이 법은 실제로는 기후 변화 및 에너지 프로그램에 3750억 달러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필립은 “다시 말해 ‘더 나은 재건’을 빙자한 퍼주기 예산이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기득권층의 성에 차지 않았다. 이후 민주당 상원의원 8명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소법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이 위기를 국가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확실한 규제와 행정 조치에 착수하실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위에서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의 인터뷰는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기득권층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비상사태 선포를 내릴 것을 압박하는 중이다.

필립은 “모든 예산과 모든 프로그램은 그들이 원했던 선물 바구니였지만, 그걸로도 충분치 않아 보인다”며 “실제로 그들이 원하는 건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비상사태 선포는 줄 수 있고, 새로운 정책과 수천억 달러는 줄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반문한 뒤 “그들이 유일하게 얻지 못한 것은 무소불위 중앙집권적 권력”이라고 했다. 이어 산업을 끝장내고 미국을 개조할 수 있으며 의회의 승인 없이도 싸우기 위한 예산을 전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이들의 목표다.

필립은 시청자를 향해 “여러분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비교했을 때 어떤가”라고 물었다.

지난해 ‘폴리티코’ 역시 이와 관련해 “비상사태 선포는 바이든과 민주당에 특수한 권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정치적 분열 심화, 소송 가능성, 미국인들의 생활비 증가 등이다.

하지만 거대 언론들이 이러한 비용에 대한 논쟁을 통제하고 있다. 필립은 2021년 탐사보도 단체 ‘프로젝트 베리타스’가 CNN을 잠입 취재한 내용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CNN 기술 감독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사라지면 우리는 기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대중의 다음 관심사는 기후 변화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를 두고 필립은 “거의 모든 걸 비난하는 데 기후 변화가 이용됐다. 기후 변화가 프레임이 되고 정의되는 방식은 모든 영역을 망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의하면 기득권층은 국경 위기를기후 이주로 명명하고, 음식이 문제라며 소와 작물 재배 방식이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는 프레임을 만든다. 자동차와 냉장고, 전자레인지 사용부터 집을 사고 앞마당을 소유하는 것까지 전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며 효율성 제고를 위해 주거 형태도 점차 공동 주택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립은 다음 발언으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거의 모든 것이 기후 변화 내러티브에 포함된다. 그리고 기후 변화 내러티브로 정의되는 모든 것을 관리하기 위한 비상사태 선포는 기득권층에게 모든 것을 관리할 권력을 제공할 것이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