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감시? 중국 선전시 슈퍼마켓 ‘현금 결제 실명제’ 요구

장위제(張玉潔)
2020년 08월 22일 오전 8:22 업데이트: 2020년 08월 22일 오전 10:09

최근 광둥성 선전시의 한 슈퍼마켓은 정부 방침에 따라 현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반드시 명단 등록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공산당이 주민 감시를 한층 강화하고, 디지털 화폐를 강제 추진할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7일 선전시 푸톈(福田)구의 한 슈퍼마켓에는 이달 15일부터 “정부 명령으로 현금 사용 시 반드시 명단에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이 붙었다. 통지에 따르면, 현금을 사용하는 고객은 이름, 전화번호, 신분증 번호, 주소 등 정보를 가게에 등록해야 한다. 

선전시 시장 감독∙관리 기관인 푸톈 감독국은 이러한 규정은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슈퍼마켓 통지문에는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푸톈 감독국은 ‘구두 제안’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푸톈구 메이린(梅林) 주민센터는 17일 푸뎬구 식약품감독국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현금 사용 시 명단 등록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이번 현금 사용자 등록은 방역을 예방하고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푸톈구 메이린에 있는 많은 약국에는 관련 통지가 붙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일관성 없는 당국의 태도와 시행 과정은 대중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선전의 한 슈퍼마켓은 현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반드시 명단에 등록할 것을 요구했다. | 트위터 캡처
선전의 한 슈퍼마켓은 현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반드시 명단에 등록할 것을 요구했다. | 트위터 캡처
선전의 한 슈퍼마켓은 현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반드시 명단에 등록할 것을 요구했다. | 트위터 캡처

많은 네티즌은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전염병이 통제 불능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냐며 두려워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당국이 전염병을 빌미로 화폐 지불 수단을 통해 감시를 강화하고, 디지털 통화 정책을 강제 추진할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푸톈구의 슈퍼마켓에 해당 통지문이 붙기 하루 전인 14일, 중국 상무부는 디지털 화폐의 시범 지역을 4개 도시에서 28개 성∙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중국에서 디지털 화폐 전면 사용을 심화하는 지역은 베이징시, 톈진시, 상하이시, 충칭시(푸링구 등 21개 구), 하이난성, 다롄시, 샤먼시, 칭다오시, 선전시, 스자좡시, 창춘시, 하이얼빈시, 난징시, 항저우시, 허페이시, 지난시, 우한시, 광저우시, 청두시, 구이양시, 쿤밍시, 시안시, 우루무치시, 쑤저우시, 웨이하이시, 슝안신구, 구이저우성 구이양신구, 산시성 시셴신구 등이다.

선전시는 그동안 중국 공산당의 디지털 화폐 4대 시범 도시 중 하나였다. 다른 3곳은 장쑤성 쑤저우, 허베이성 슝안구, 쓰촨성 청두였다. 이 4곳의 일부 정부 기관과 사업장은 올해 4월부터 임금과 보조금을 디지털 화폐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중국 경제학자 후싱더우(胡星斗)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중국 공산당의 디지털 화폐는 서방 민주주의 국가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진정한 디지털 화폐는 개인정보를 보호하지만, 중공의 디지털 화폐는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민주주의 국가의 디지털 화폐는 탈중심화인 반면, 중공의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이 담당하기 때문에 확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후싱더우는 “중공의 디지털 화폐 정책은 어음 시대로의 회귀이자 계획경제로 가기 전의 준비 단계”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민의 이익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것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당국의 선전만 보고 개인 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금융학자 쓰링(司令)은 “디지털 화폐가 활성화되면 21세기 공사합영(公私合營, 국가와 민간의 공동 투자∙경영)이 될 수 있다”면서 “국민의 부(富)를 하룻밤 사이에 정부가 공유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