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공급난’ 독일, 일부 지역 온수 배급제…소등 논의도

남창희
2022년 07월 13일 오후 1:04 업데이트: 2022년 07월 13일 오후 8:53

독일이 온수 배급제 등 에너지 위기 극복에 들어간 가운데 “사회 안정성이 큰 위험에 처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더 로컬> 등 현지 언론은 독일의 최대 부동산 임대기업 ‘보노비아(Vonovia)’가 지난 7일부터 모든 세입자 가구를 대상으로 매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중앙난방온도를 17도로 낮추는 연료 절감 정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23일 가스 비상공급계획 경보를 2단계인 ‘비상’경보로 상향했다.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해 독일에 공급하던 천연가스를 60% 줄이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기존 공급량의 40%만 수입되는 실정이다.

정부가 밝힌 전국 가스 저장시설의 총저장량은 최대 저장량의 60%로 작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난방 수요가 높아지는 겨울에 대비해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지난달 가스 비상공급계획 경보를 상향하며 향후 가스 배급제를 실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임대주택사업자 단체 대표 악셀 게다슈코를 인용해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독일 사회의 안정성이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독일 에너지 관리기관인 ‘분네스차젠투르’는 다가오는 겨울철을 대비해 법적 난방 최저 온도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 임대차법에 따르면 집주인은 겨울철 난방 온도를 20~22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함부르크 의회는 도시 지역 가구를 대상으로 한 온수 배급제 시행을 논의하고 있으며, 작센주의 한 임대주택단지는 지난주부터 하루 3차례 특정 시간대에만 온수를 공급하는 배급제 시행에 돌입했다.

1만4천 개 지방자치단체 협의기구인 ‘독일도시및지방자치단체협회(DStGB)는 야간에 신호등을 끄고 지역 의회 청사와 박물관, 스포츠센터 등에 온수 공급을 차단하는 등의 에너지 절감 방안을 제안했다.

스파 문화가 발달한 독일에서는 사시사철 야외 수영을 즐기며, 이런 곳은 대부분 온수 풀장을 운영한다. 이 때문에 가스 절감을 위해 온수 풀장 가동을 중단하는 곳도 늘고 있다.

라인강 유역의 최대 도시인 뒤셀도르프시는 대규모 수영장 단지를 임시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도 베를린시 당국은 야외 수영장을 운영하는 대신 온수는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FT는 전했다.

독일 정부는 가스 사용량을 줄이는 한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줄여나가던 석탄 발전량을 임시로 다시 늘리기로 했다.

경제·기후보호부의 하베크 장관은 지난달 올겨울 에너지 위기 악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폐쇄한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적인 에너지 배급제와 석탄발전소 재가동에도 에너지 위기로 경제 타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독일 노동조합연맹(DGB)의 야스민 파히미 위원장은 이달 초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소로 알루미늄, 유리, 화학공업 등 독일 산업 전체가 영구적으로 붕괴할 위험에 처해 있다”며 “독일 경제 전반과 일자리에 엄청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