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입국 스위스 “가스공급 장담 못해, 배급제 대비”

한동훈
2022년 07월 7일 오전 10:22 업데이트: 2022년 07월 7일 오전 10:22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앞장서 온 유럽이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에 몸살을 앓는 가운데, 스위스 정부가 ‘가스 배급제’ 시행 방안을 언급했다.

올겨울 천연가스 부족이 예상되면서 다른 대책이 충분히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가스 배급제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스위스 에너지부 장관 시모네타 솜마루가는 지난달 현지 신문 <존탁스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기업체를 우선으로 하는 에너지 배급제를 시행하겠다”며 “다만, 항상 충분한 가스가 공급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로 인한 혼란은 스위스도 예외가 아니다. 내륙국인 스위스는 인접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무역 거점을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스위스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천연가스 비중은 15%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수입된 천연가스 42%가 가정 난방용, 나머지는 산업·서비스·운송 부문에 사용된다.

소마루가 장관은 가스뿐만 아니라 전력이 부족할 경우에도 기업에 먼저 배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녀는 “예를 들어, 처음에는 에스컬레이터나 네온사인 등에 들어가는 전력을 제한할 것”이라며 “가정용 에너지 공급 제한은 가장 후순위”라고 덧붙였다.

스위스 정부는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커피, 곡물, 설탕 등 식료품에 대해서도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식량 비축의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달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자 에너지 비상공급계획 경보를 3단계 중 2단계인 ‘비상’으로 상향했다. 3단계인 ‘위급’ 단계로 올라가면 에너지 배급제가 시행된다.

앞으로 전망은 더 어둡다.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은 오는 11일부터 열흘간 잠정 폐쇄된다. 가스관 운영업체인 러시아 기업 ‘노르트스트림 AG’는 유지·보수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독일 정부는 러시아가 보수를 마친 뒤에도 가스를 공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버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지난달 “가스 부족이 겨울까지 이어지면 일부 산업은 ‘셧다운(운영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며 러시아와 가스 분쟁 중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와 인접한 독일이 에너지 배급제에 들어가게 되면, 스위스 역시 배급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이 기사는 로이터 통신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