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콜로라도 병원, 코로나 백신 거부한 환자 신장이식 거부

자카리 스티버(Zachary Stieber)
2021년 10월 9일 오후 4:31 업데이트: 2022년 12월 26일 오후 4:48

미국 콜로라도의 한 병원이 중국 공산당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한 50대 여성의 신장 이식을 거부한 사실이 확인됐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에 대한 역차별이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콜로라도 주민인 레일라니 루탈리(56)는 지난달 28일 콜로라도대 병원 이식팀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이름이 대기자 명단에서 비활성화 처리됐다”며 “백신 접종을 계속 거부할 경우 명단에서 완전히 삭제될 것”이라는 서한을 받았다.

신부전 5기로 신장이식을 받지 못하면 사망할 위험이 있는 루탈리는 태아 줄기세포를 사용한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정보가 투명하고 충분하지 않아 백신을 맞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병원 측은 이전까지 이식 수술을 받으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최근 입장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신장 기증을 희망한 제이미 포그너 역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콜로라도 지역 방송 KCNC-TV와의 인터뷰에서 포그너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포그너는 “그녀(루탈리)에게 내 신장을 기증하고 싶다. 나와 그녀 사이의 일대일 기증이라면, 다른 이식 대기자들에게 피해도 없다”며 “내 신장이 건강하고 적합해서 친구(루탈리)를 살릴 수 있다면, 그냥 앉아서 친구가 죽도록 놔둘 순 없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식 수술 거부와 관련해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다만, 병원이 소속된 의료 서비스 제공 업체는 ‘수술 전 음주 금지’와 같은 제약 조건들이 있기 마련이라고 해명했다.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유씨헬스(UCHealth)는 “이식받는 사람과 기증자 모두 기본적인 건강상태와 예방접종 외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반드시 요구된다”며 다른 의료 기관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병원 측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라는 기준을 기계적으로 일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州)의회 공화당 팀 가이트너 하원의원은 “루탈리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항체 보유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백신을 맞지는 않았지만 항체를 보유해 감염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가이트너 의원은 “루탈리의 항체 보유는 진단서로 입증됐다”며 “그런데도 유씨헬스는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이번 의료활동을 거부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개인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장기이식을 지원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장기공유 연합네트워크’(UNOS)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요구가 이례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식기관의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로 의료 서비스에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시애틀 지역 라디오 방송 KTTH에 따르면, 워싱턴 주민 샘 앨런은 올해 초 워싱턴 의과대학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장 이식 수술이 거부됐다.

앨런은 방송 인터뷰에서 “심장전문의가 전화를 해 ‘이식 수술을 받으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의사는 ‘그게 우리 방침’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워싱턴 의대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특별한 의학적 면제 사유가 없는 한 장기 이식 수술을 받기 전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