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캘리포니아 주민 절반 이상 “다른 주로 이사 고려 중”

한동훈
2023년 06월 28일 오후 5:40 업데이트: 2023년 06월 28일 오후 5:44

캘리포니아 주민 절반 이상이 타지역으로의 이주를 고려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정치적으로 편향된 정책과 제도, 치안 불안 등이 이유로 지목됐다.

여론조사 및 커뮤니케이션 업체인 스트레티지스 360은 지난 6일부터 16일까지 18세 이상 캘리포니아 주민 1354명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떠나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40%가 “진지하게 또는 어느 정도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생각하고 있다”는 응답은 24%,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33%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다양성, 경제, 생활환경 등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 등을 알아보기 위해 업체와 지역 3개 공동체가 협력해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타지역 이주를 검토하는 이유로는 “고액의 주거비와 생활비”(61%)를 꼽았고 정치적 이유가 27%, 그 외 10%가 뒤를 이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 다수는 최근 수년간 경제적 압박감을 더 크게 느껴온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38%에 그쳤고, 응답자 68%가 생활비를 절감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81%는 매일 지출하는 생활비에 불만을 표시했으며, 가구당 연소득을 5만~10만 달러라고 답한 응답자의 72%는 “현재 편안하게 살 여유가 없고 미래에 대비해 저축할 형편이 못 된다”고 답했다.

이는 3년 전의 46%에 비하면 30% 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현재 여유 있게 살면서 저축도 할 수 있는 가구가 10 가구 중 3개에 그친다는 결과다.

정치적 이유로 이사를 원한다는 응답자는 인종별로 구분하면 백인이 약 3분의 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설문 중 긍정적 답변이 높았던 항목은 다양성에 관한 질문이었다. 응답자 71%는 캘리포니아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잘 수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캘리포니아는 여름에 따뜻하고 겨울에 포근한, 연중 쾌적한 날씨를 지녀 ‘살기 좋은 지역’으로 명성을 얻으며 지난 100년간 인구가 늘었으나 최근 수년간 인구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지금까지 인구가 약 3년간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전체 58개 카운티 중 절반 이상에서 인구가 줄었고, 특히 미국에서 가장 높은 생활비를 기록한 남부와 베이(bay) 지역의 인구 감소세가 두드려졌다.

샌 마테오 지역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한 기업의 회계담당자로 일하는 로렌 마이어는 에포크타임스에 “우리 가족도 적절한 기회에 이곳을 떠나려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마이어는 “남편도 나도 원격 근무를 하고 있지만 주택 구매할 여건은 못 된다”며 “플로리다나 텍사스 쪽을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인 질로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지역의 평균 주택가격은 72만8천 달러(약 9억6천만 원)이며, 마이어가 거주하는 샌 마테오 지역은 그 두 배인 평균 150만 달러(약 19억6천만 원)이었다.

마이어는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싶지만, 주택가격이 저렴하고 소득세가 없는 지역으로 이주할 때 얻을 수 있는 소득 상승효과를 고려하면 이주가 현명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50개 주에서도 지방세(주세)인 소득세가 12.3%(2022년 기준)로 가장 높은 곳이다.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소득분은 1%의 의료보장세가 추가돼 13.3%로 올라간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캘리포니아의 정책과 제도 전반의 방향성과 관련해 28%만이 “주민에게 유익하다”고 평가했고, 43%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유통 소매점인 타깃이 폭도로 돌변한 BLM 시위대에 의해 약탈당하고 있다. 2020.5.30 | JOSH EDELSON/AFP via Getty Images/연합

조사에서는 범죄 건수의 증가가 이주의 요인이 되고 있음도 밝혀졌다. “주정부 정책과 범죄 건수 증가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9%로 2020년 4월보다 16%포인트 증가했다. 또한 4분의 1  정도가 “전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950달러 미만(약 12만4천원)의 절도는 중범죄로 취급하지 않아 상점 약탈이 만연하면서 소매업계의 폐점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는 정치적으로 민주당이 장악한 지역이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역 유권자들은 민주당 지지자가 38%, 무소속 36%, 공화당 지지자 19%로 나뉜다.

다만,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는 정치성향에 따라 진보 38%, 중도 33%, 보수 26%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됐다. 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오차범위는 95% 수준에서 ±2.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