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코로나 치료에 이버멕틴 처방 막은 FDA에 “권한남용”

한동훈
2023년 09월 6일 오후 1:16 업데이트: 2023년 09월 6일 오후 1:16

FDA 변호사 “막은 적 없어, 의약품 처방은 의사 재량”
FDA 홈페이지 “코로나 치료에 이버멕틴 사용 말아야”

미국 법원이 코로나19 치료에 ‘이버멕틴’ 처방을 사실상 금지한 미 식품의약국(FDA)의 조치에 대해 권한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제5(뉴올리언스)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1일(현지시간), 폴 멀릭 등 의사 3명이 이버멕틴을 환자에게 처방하려 했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해고되는 등 FDA 성명으로 인해 직업상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6월 제기한 소송에서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FDA는 지난 2021년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 예방이나 치료 목적으로 사람과 동물에게 사용하는 것이 승인되지 않았다”며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항소법원 재판부는 이러한 FDA의 발표가 의약품 처방에 관한 의사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FDA는 (의약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발표하거나 통보할 권한이 있지만, 특정한 사용법을 지지하거나 반대, 권고할 권한은 없다”며 “FDA는 의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버멕틴에 관한 FDA 성명이 통보와 명령 사이에서 선을 넘었다는 의사들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치료에 이버멕틴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미국 식품의약품 안내문(한글판). 동물용 의약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두 장의 사진을 대비했다(아랫부분). | 미국 식품의약품 홈페이지

판결문은 또한 FDA가 2021년 8월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에 올린 “당신은 말이 아니고 소도 아니다. 농담이 아니다. 모두 그만해야 한다”는 게시물을 인용하며 “개인적 차원의 의료상 조언이라고는 하나 FDA의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FDA 성명에는 살짝 언급하고 넘어갔지만, 이버멕틴은 별도의 인체용 제품이 승인이 됐다. 이 제품은 코로나19 치료용으로 FDA 승인을 받지 않았으나, 일부 사람들은 ‘허가 외 사용’으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허가 외 사용(오프라벨·off-label)’은 의약품을 당국에서 허가한 용도 이외의 적응증에 처방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승인되지 않은 연령층·복용량도 포함한다. 적절한 의약품이 없을 때나 환자의 특이한 상태를 맞춰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허가 외 사용은 윤리적 지침이나 안전 규정을 위반하지 않을 경우 위법이 아니다. 미국 FDA 역시 홈페이지에서 “특정 질병이나 증상에 승인된 약이 없거나, 승인된 치료법을 모두 사용하고도 효과를 못 봤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홈페이지 링크).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후 미국에서는 이버멕틴을 이용해 위급한 환자를 치료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물론 이는 승인된 치료법은 아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코로나19 치료 가이드라인은 “유효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버멕틴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장하고 있지만, 이 의약품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사례와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원고 측 의사 3명 중 한 명인 메리 바우든 박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진실의 승리이자 모든 환자의 권리를 위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보우든 박사는 “FDA는 (의료진이 아닌) 일반 시민들을 기만하며 있지도 않은 권한이 있는 것처럼 굴었다. 이번 판결은 FDA가 의사가 아니며, 의료행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사에게 명령할 권한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원고 측은 이버멕틴 사용을 억제하려는 FDA의 정책으로 직업상 평판이 크게 손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우든 박사는 텍사스주 병원에 환자를 바로 입원시킬 수 있는 ‘입원 특권(admitting privileges)’이 박탈됐고 또 다른 의사들도 의대와 병원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FDA는 이번 판결로 신뢰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FDA는 그간 의약품에 관해서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형 제약사와의 커넥션 의혹에 휘말려 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코로나19 치료에 저렴한 이버멕틴 처방을 극구 반대하며 값비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사용만을 주장해 다양한 치료를 시도하려는 의료진과 환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FDA는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나, 이번 재판에서는 정부기관으로서의 면책특권(sovereign immunity)을 주장하며 소송 진행을 반대해 왔다.

FDA 측 법적대리인 “이버멕틴 처방은 의사 재량”

이번 재판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FDA의 입장 변화다.

지난달 8일 FDA의 법적대리인인 법무부 소속 애슐리 청 아널드 변호사는 법정에서 “FDA는 의사들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이버멕틴을 처방할 권한이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이버멕틴을 사용하지 말라던 FDA의 성명과 상충한다. 그러나 변호인은 이 성명은 권장사항일 뿐이며, 적응증에 어떤 의약품을 처방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사의 재량권에 달린 것이라며 그동안 FDA 성명이 미친 파급력을 부인했다.

바우든 박사는 하지만 현재 미국 전역의 의사와 약사들은 환자의 요청에도 이버멕틴 처방을 거부하고 있으며, 그 주요한 근거의 하나로 FDA 성명을 들고 있다며 “FDA는 환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환자 치료를 지시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버멕틴은 수십 년 전부터 유통되며 안정성을 인정받은 의약품이지만, 2020년 후반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유효성을 둘러싼 의학적 견해차로 논란의 핵으로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다수 환자가 이버멕틴 사용과 관련해 의사와 약사의 조언을 듣지 못하게 되자, 직접 약물을 구해 스스로 처방하는 일도 일어나게 됐다.

바우든 박사는 “FDA가 처방에 개입하면서 오히려 면허가 없는 사람들이 임의로 약물을 처방하는 현상이 확산했다”며 “이제 이런 일은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매튜 웨이샥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