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백열등 판매 금지…공화당 “정부의 과잉 개입”

빌 판(Bill Pan)
2023년 08월 3일 오후 5:30 업데이트: 2023년 08월 7일 오후 4:46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일부터 백열등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함에 따라 ‘에너지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미국 내에서 백열등을 퇴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화당 측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백열등 판매 금지 조치에 소비자들도 당황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확정된 미국 에너지부의 새로운 규정에 따라, 8월 1일부터 백열등의 제조 및 판매가 금지됐다.

규정에 따르면 전구는 와트당 최소 45루멘(밝기 단위)을 충족해야 하는데, 기존의 백열등은 약 13루멘에 그친다. 이로 인해 백열등은 새로운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사실상 퇴출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가정에서 백열등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조업체 및 판매업체는 더 이상 백열등을 만들거나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백열등과 LED 전구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등은 내부의 필라멘트를 가열해 빛을 발산한다. 전력 사용량 중 5%만 빛을 내는 데 쓰이고, 나머지 95%는 열에너지로 발산한다.

반면 LED 전구는 전류가 반도체 결정 안에서 직접 빛으로 전환된다. 또 일정 방향으로만 빛을 발산하기 때문에 에너지 고효율 조명기기로 손꼽힌다.

LED 전구가 가격 효율성도 더 높다. 미국에서 LED 전구의 개당 평균 가격은 5~7달러이며 백열등은 2~3달러 수준이지만, LED 전구를 사용하면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에너지부에 따르면 LED 전구는 백열등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75% 이상 적은 반면, 수명은 최대 50배 더 길다.

지난해 제니퍼 그랜홀름 미 에너지부 장관은 “전구의 에너지 효율 기준을 높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연간 30억 달러의 공공요금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것”이라며 “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30년 동안 탄소 배출량을 2억 2200만 톤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LED 지배(LED Dominance)

2025년부터는 전구의 에너지 효율 기준이 와트당 120루멘 이상으로 높아진다.

이 규정이 시행될 경우, 현재의 45루멘 기준은 충족하지만 120루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소형 형광등(CFL)도 사실상 퇴출된다. 이에 2025년부터 소비자들이 구매 및 사용할 수 있는 것은 LED 전구가 유일하다.

백열등의 판매 금지 조치는 미국 내에서 적잖은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내연기관차 및 가정용 가스레인지 퇴출을 강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소비자들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탄소 배출량 감소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건강하지 못한 집착’으로 백열등이 희생자가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뉴멕시코주 공화당 관계자도 “에디슨은 백열등을 선물했고, 바이든은 백열등을 금지했다”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열등 판매 금지 조치 이후, 조명 판매업체의 고객센터에는 당황한 소비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구 전쟁

백열등과 에너지를 둘러싼 논쟁은 2007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에너지 독립 및 안보법(EISA)에 서명하면서 시작됐다.

EISA는 가정용 전구에 대한 새로운 에너지 효율 기준 등을 정함으로써 에너지 관리 목표를 수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는 기존 백열등보다 28% 더 적은 전력을 쓰는 전구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 모든 백열등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퇴임 직전에는 백열등에 대한 추가 규제를 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열등 관련 규제를 모두 백지화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백열등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 의제’를 내세우며 전구의 에너지 효율 규정을 새로 도입했고, 이로써 백열등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