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대선후보 케네디 “기후변화, 초부유층에 악용”

한동훈
2023년 05월 9일 오후 1:54 업데이트: 2023년 05월 26일 오후 1:39

소수의 엘리트 특권계층이 기후변화를 구실로 다수의 자유를 억압하며 사회에 대한 통제를 높여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선 예비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초부유층이 사회를 전체주의적으로 지배하려 기후변화 문제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인 케네디 주니어는 최근 정치평론가 킴 아이버슨의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해 “기후변화, 공해 같은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 등 슈퍼 억만장자들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가 사회에 대한 위로부터의 전체주의적인 통제를 강화하고 공학적 해결책(engineering solutions)을 내세우는 핑계가 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환경오염이나 전염병 등 재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제 주체들이 자기 책임하에 대처하고 각국 정부가 기존 법규나 새로운 관련법 제정으로 대응하는 등 자유롭고 자발적인 결정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순자산 1000억 달러(약 132조원) 이상을 보유한 빌 게이츠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염병,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솔루션을 연구·제안해 왔다.

빌 게이츠는 2021년 펴낸 책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에서 탄소 순 배출량 제로(Net Zero)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태양광·풍력 재생에너지 확대, 모든 생산·제조과정의 전기화 등을 제시했다.

그의 제안에는 경제구조의 공정성 향상, 탄소배출 규제 등 정부 정책도 포함됐지만, 상당수는 기술 개발 같은 공학적 해결책에 의존하는 내용들이었다.

빌 게이츠는 전염병에 대해서도 기술과 통제에 중점을 둔 대책을 제안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4월 초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미국 전역의 셧다운(폐쇄), 검사 횟수 증가, 치료제와 백신 개발 및 생산시설 증축의 세 가지 대응책을 언급했다.

아울러 2022년 5월 출간한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How to Prevent the Next Pandemic)’에서는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글로벌 전염병 대응·동원팀(GERM)’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세계적 관리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이를 위로부터의 통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면밀히 살펴본다면 이러한 공학적 해결책을 추진하는 이들은 그 해결책에 대한 특허를 소유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소위 ‘글로벌 위기’는 억만장자들이 가난한 자의 것을 빼앗아 더 부유해지는 구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하버드대학에서 역사·문학을 전공했으며 버지니아대학 로스쿨과 환경법으로 유명한 페이스대학 로스쿨에서 각각 법학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1980년대부터 환경법 전문 변호사 겸 환경 운동가로 활동해 왔다.

그는 자신이 지난 40년 동안 기후나 기술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다면서 “1980년대에 내가 했던 연설에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환경 문제의 가장 중요한 해결은 하향식 통제가 아니라 자유시장 자본주의라고 말해왔다”고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탄소배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기후변화와 관련해 악의적 거짓 주장을 후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사형 선고’를 내려야 한다는 강력한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그는 빌 게이츠 외에 세계경제포럼(WEF)에 대해서도 ‘전체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후정책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스위스 휴양도시인 다보스에서 포럼을 개최해 ‘다보스포럼’으로도 불린다. 이 포럼에는 매년 2천 명 이상의 세계 정계, 재계 지도자들이 참석한다.

다보스포럼은 올해 1월 포럼 전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향후 인류가 직면할 위험 요소로 기후위기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이미 지난 수년 전부터 포럼에서는 탄소 순 배출 제로를 위해 전 세계인들의 자동차 사용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 온 터였다.

하지만 올해 포럼 직전, 환경단체에 의해 다보스포럼 자체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참석자들이 포럼 참석을 위해 개인 제트기 1천여 편을 이용하면서 자동차 35만 대가 일주일 동안 배출하는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분출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환경 컨설팅회사 CE 델프트가 그린피스 의뢰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 다보스 포럼 기간 다보스 공항에 이착륙한 제트기는 1040대로 이 중 38%는 비행거리가 500km 이하였다. 심지어 21km 이동에 제트기를 탄 경우도 있었다.

케네디 주니어는 “지금 미국의 자본주의는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아니라 기업의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이라며 “그것은 가난한 자들에게 무자비하고 잔인하고 야만적인 자본주의이며, 일종의 부유층을 위한 사회주의”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말 민주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케네디 주니어는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이 길을 잃었으며 전쟁을 일으키고 기업 이익을 추구하며 검열하는 정당이 돼 버렸다며 자신은 지역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시골, 노동자 계급 미국인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까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예비후보는 바이든 대통령과 케네디 주니어, 그리고 자기 계발 전문가 겸 베스트셀러 작가 메리언 윌리엄슨 등 3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유력하지만 경제난이 변수다. 미 WP와 ABC 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범민주당 유권자의 바이든 지지율은 36%에 그쳤다.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58%에 달했다. 경제 정책에선 도널드 트럼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네디 주니어의 ‘약점’으로는 코로나19 백신 반대 주장도 거론된다. 미국 주류매체에서는 케네디 주니어가 코로나19 백신과 자폐증을 연결하는 잘못된 주장을 펼쳤다는 보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ABC와의 인터뷰에서도 백신 관련 입장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케네디는 백신에 대한 자신의 발언이 편집됐으며 언론이 특정 부분만 보도해 여론을 잘못 이끌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인터뷰 발언을 뒷받침하는 인용문을 공개하며 “대중은 저널리즘 대신 도끼로 찍어내는 일을 목격했다”고 응수했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