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 경고에 “우리는 잃을게 없어…격돌 멈출 고민해야”

연합뉴스
2019년 12월 9일 오후 7:18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1

김영철 담화…”트럼프 매우 초조…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불러야 할수도”
“트럼프에 대한 김정은 인식 달라질 수 있어”…대통령 직함 호칭 안해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으면 안타까울 것”…적대행위 암시

북한은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에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연말 협상 시한이 지나면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이 놀랄만한 ‘적대행위’를 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는 조선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며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그는 “미국이 더이상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는다고 해도 굽힘 없는 우리의 자존과 우리의 힘,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만은 뺏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철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은근히 누구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듯 한 발언과 표현”이라며 “참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대목”, “트럼프가 매우 초조해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고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8일 트윗과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는 지난 7일 발언에 대한 반응이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식 허세와 위세가 우리 사람들에게는 좀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이라며 “트럼프의 이상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해 고려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걱정 또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라며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이 놀랄만한 적대적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 7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전날 발표했는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인공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담화는 미국이 이미 강력한 대북 제재 등으로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는 상황에서 더 손해 볼 게 없는 만큼 이미 계획한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아직까지 그 어떤 자극적 표현도 하지 않았다”며 “물론 자제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은 만큼 미국이 관계 회복에 나설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로 추정된다.

다만 지난 5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 때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번 담화에서는 ‘대통령’이 빠졌다.

북한은 북미관계가 극도로 나빴던 2017년에 트럼프 대통령을 ‘트럼프’ 또는 ‘트럼프패(트럼프패거리)’로 지칭하다가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대화 국면에서부터 ‘대통령’으로 호칭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이어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며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그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지금처럼 웃기는 위세성, 협박성 표현들을 골라보는 것보다는 더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간 끌기는 명처방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용기가 없고 지혜가 없다면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미국의 안전위협이 계속해 커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그동안 김 위원장을 비롯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을 내세워 요구한 미국 정부의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재차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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