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년 취업난 단면…조류퇴치에 대졸자, 보안검색엔 유학파

강우찬
2023년 06월 7일 오후 8:14 업데이트: 2023년 06월 7일 오후 8:14

공항공사 취업공고에 ‘오버스펙’ 요구
실제 지원자 스펙은 더 높아…구직자들 헛웃음

중국 경제가 ‘리오프닝’에도 더딘 회복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 높은 청년 실업률이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 5월 청년 실업률은 18.4%로 전월(20.4%)보다 조금 떨어졌지만, 사상 최다인 1158만 명의 대졸자가 취업시장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7월 이후 청년 실업률은 2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공항운영 기업인 원저우(溫州)공항그룹의 2023년 상반기 채용에 지원한 구직자들의 ‘화려한 스펙’이 화제가 됐다.

펑파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그룹 공식 홈페이지 채용공고에 따르면 총 4명 모집하는 ‘공항 현장업무및 조류 퇴치 담당사원’ 자격 요건은 4년제 대학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로 전공은 생물학, 생태학, 식물학, 환경과학, 토목공학, 건축학이었다.

또한 토익 성적에 해당하는 ‘대학영어(CET) 4급’ 425점 이상(토익 680점 이상 수준) 획득자, C1(9인승 이하 소형 자동차) 운전면허증 2년 이상 소지자, 교대 및 현장(야외) 근무 가능자 등이 요건이었다.

원저우공항그룹은 이어 다음 날부터 29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자 명단을 실명과 성별, 학교와 학과까지 모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허난이공대 토목공학과, 저장대 동물과학과, 저장이공대 건축학과의 졸업 예정자가 각 1명씩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원저우공항그룹이 지난달 22일~29일 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상반기 채용지원자 명단. | 화면 캡처

허난이공대와 저장이공대 역시 각 지역에서 지명도 있는 대학들이지만 특히 저장대는 칭화대, 베이징대 등과 함께 중국판 ‘스카이(SKY)’로 불리는 5대 명문대 중 하나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원저우공항그룹의 모집공고와 구직자들의 ‘오버스펙’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자, 현지 언론이 취재에 나섰다.

화샹일보에 따르면 그룹 채용 담당자는 ‘새 쫓는 일에 이런 수준의 학력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조류 퇴치 담당직원은 조류의 종류, 크기, 습성, 비행고도에 따라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저우공항그룹의 보안검색요원 구직공고 역시 주목을 받았다. 지원 자격 요건은 4년제 대학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로 전공은 전자정보, 컴퓨터, 교통, 산업·경영 관리, 공공관리, 안전· 공안 관련 학과였다.

또한 대학영어 4급 425점 이상 획득자, 민간 항공안전검사원 인증서 보유자로서 남성은 신장 170cm 이상, 여성은 신장 160cm 이상이어야 하고 호감을 주는 외모에 우수한 의사소통 능력 등을 갖춰야 한다.

이 밖에도 원저우공항그룹의 채용공고에는 직종을 불문하고 지원 자격 기본요건에는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고 사회주의를 사랑해야 한다는 조항도 붙어 있었다.

보안검색요원 구직자들은 로열 홀러웨이 런던대 경영학과, 벨라루스대 재무관리학과 등 해외 유학파와 저장해양대, 충칭대, 지메이대 출신들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그룹 측이 “실제로 해외 유학생들이 지원하고 있다”고 확인했으며 지원자들의 채용 여부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높아진 취업 문턱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과거에는 직업전문학교 출신들이 지원하던 일자리인데, 올해는 지원자 수준이 급상승했다”고 소셜미디어에서 한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제는 석박사급은 돼야 그나마 괜찮은 곳에 취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올해 대졸자들은 전망이 너무 어둡다”고 썼다.

한편, 원저우공항그룹 계약직 보안요원의 자격 요건은 ‘고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이며, 3년 계약에 급여는 월 4500위안(약 82만원)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