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년 구직자들, 자신도 모르게 스파이 가담” 英 FT

강우찬
2022년 07월 5일 오후 4:03 업데이트: 2022년 07월 5일 오후 4:03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대학졸업생이 쏟아지면서 취업난이 심각한 중국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중국 정부의 스파이로 취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쓰촨성, 하이난성 등 여러 지역의 영어영문학과 졸업 예정자 140명을 대상으로 최근 구직사례를 조사했다.

이들은 각 대학 홈페이지 구직란을 통해 ‘하이난셴둔(海南仙盾)과학기술개발유한공사'(이하 ‘하이난셴둔’)에 지원했다. 모집 분야는 ‘영어 번역’이었다.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안내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정부에 따르면, ‘하이난셴둔’은 중국 정보기관 산하 위장기업으로 실체는 해커조직 ‘APT40’이다.

미 법무부는 작년 7월 19일 미국을 비롯해 각국 기업·정부·연구소에 사이버 공격을 반복하며 기밀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하이난성 국가안전청 공작원 등 4명을 기소했다. 국가안전부는 중앙 정보기구이고 국가안전청은 각 지역 산하기관이다.

법무부는 이 사건의 기소장에서 하이난셴둔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집단 APT40의 위장기업이라고 밝혔다.

FT는 하이난셴둔 채용 담당자가 입사 지원자 중 한 명인 장(張)모씨에게 ‘번역 능력 테스트’를 이유로 미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APL) 이사회 임원 구성과 연구소 건물 내부 구조, 다른 제휴 기관과의 연구 계약 등을 조사해오라고 지시했다.

이 연구소는 미 국방부, 항공우주국(NASA) 등과 연구 제휴를 맺고 있으며, 중국 정부와 해커들의 주요 공격 목표의 하나다. 장씨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 지원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난셴둔은 또한 “기술문서 번역 능력을 테스트하겠다”며 다른 입사 지원자에게 미 연방고속도로국(FHWA)의 인프라 연구개발 자료를 주고서는 번역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프라 시설 부식 방지 기술이 담긴 문건이었다.

미 연방수사국(FBI) 전 요원 애덤 코지는 FT에 “서방 정보기관은 안전 허가가 없는 상황에서 대학생을 모집해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며 중국 정보기관이 자국 대학생을 상대로 위험한 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사이버 보안기업 크라우드 스트라이크에서 사이버 보안 전문가로 근무 중인 코지는 중국이 대학생들에게 더러운 일을 시키면서 회색지대 전술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 전술은 정규군이 아닌 민병대, 민간인을 내세우는 전술이다. 상대국과의 이해충돌이 발생할 때, 애매모호한 부대를 내세워 반격을 줄이면서 야금야금 이익을 취할 때 사용한다.

코지는 “중국 국가안전부는 그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런 활동은 향후 해당 대학생의 인생에 연쇄적인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자국 젊은이들을 위험한 일에 쓰고 뒷일은 책임지지 않고 내버린다는 이야기다.

한편, FT는 하이난셴둔에 대한 취재에 들어가자, 하이난대 홈페이지 구직란에서 하이난셴둔 구인공고가 삭제됐다고 했다.

하이난대 외국어학과 홈페이지에 실려 있던 하이난셰둔 구인공고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여학생과 공산당원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