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방위 침투하는데, 정부는 경제논리만” 英 의회 보고서

한동훈
2023년 07월 15일 오후 5:54 업데이트: 2023년 07월 15일 오후 6:39

의회 정보·안보위원회, 중국 보고서 발표
수낙 총리 “中 도전은 인정…관련 조치 시행”

영국 정부가 중국의 위협에 “단기적 경제원리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접근”으로 완전히 부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 가디언이 14일(현지시간) 전한 영국 의회 산하 ‘정보·안보위원회(ISC)’의 중국 보고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

ISC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영국에 경제적으로 도전이 될 뿐만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에 실존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며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보고서 링크).

ISC는 중국이 대규모 정보기관을 동원해 영국의 경제·정치·사회·학계·인프라 등 국가 전반에 영향을 주고 침투한다면서, 반면 영국은 이에 맞설 자원이 부족하고 전략의 수립·시행 속도가 느리다고 평가했다.

또 영국 정부가 잠재적인 안보상의 손실을 과소평가하고 경제 투자를 지나치게 중시한다며 “최근까지만 해도 영국 정부는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기꺼이 중국 자금을 받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ISC는 영국 정부가 경제 논리에 밀려 대처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실패”라며 “영국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그 결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 수립 부서가 중국의 접근방식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전문성 혹은 위협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ISC는 지난 5월 조사를 거쳐 이번 보고서를 내놨다. 중국이 장기적 계획을 수립해 영국을 상대하는 데 반해, 영국이 단기적 사고나 두드러진 위협에 대처하는 차원에만 머물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보고서는 영국 대학 등 학계도 중국의 연구 지원금을 받아들이는 것에 별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일부는 우려를 나타내긴 했지만, 다른 이들은 이를 외면하고 그저 돈을 받았다는 것에만 만족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계는 지적재산 절도에 취약하다”며 “중국은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분야이면서도 보안이 엄밀하지 않은 정보를 훔치려 연구협력 프로젝트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ISC는 또한 “중국에 영국의 민간 핵 프로그램에 투자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 공산당에 통제권을 양도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시 수낙 총리가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정부는 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부합하는 많은 조치를 이미 시행했다”고 말했으며, 런던 주재 중국대사관은 논평을 거부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독일 정부는 같은 날(13일), 대중국전략을 의결·공개했다. 독일이 특정 국가에 대해 대응방침을 수립해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중국전략에서는 “중국은 일당독재 체제의 이익을 위해 국제질서에 영향력을행사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훼손하려 한다”며 경제적으로 협력하면서도 위험 최소화(de-risking)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