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병원서 화재사고 발생 29명 사망…당국은 사고 소식 차단에 급급

최창근
2023년 04월 20일 오전 10:59 업데이트: 2023년 04월 20일 오전 10:59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29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사건 파장이 커지자 관련 기사, 동영상 등이 온라인상에서 삭제되거나 접근이 금지되는 등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도 진행 중이다.

4월 18일, 베이징시 펑타이(豊臺)구 창펑(長峰)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985년 설립된 병원은 베이징 시내 톈안먼 광장에서 서쪽으로 10㎞쯤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혈관종양 등을 전문으로 하는 베이징시 의료보험 지정 병원이다.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난닝·광저우 등에서 20곳의 병원을 거느리고 있는 병원체인이다.

‘베이징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7분 정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화재는 오후 1시 33분께 진압됐다.

베이징시 신문판공실(공보실)이 4월 19일 공안국, 소방국 관계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화재 관련 사망자가 이날 오전 9시 현재까지 2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들은 입원환자 26명, 간호사·간병인·환자가족 각 1명 등 도합 29명이었다.

신문판공실은 “화재 신고를 받고 현장 출동한 소방당국, 구급대 등이 현장에서 총 71명의 부상자를 구조하여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그중 29명이 숨졌다.”고 설명했다. 부상자 중 경상자 3명은 퇴원하고 39명이 치료 중이며 그중 20여 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시 소방국은 화재가 병원 입원실 내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불꽃이 가연성 도료의 휘발성 물질에 옮겨붙으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병원의 화재 대처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다. 화재 경보도 부실해 당시 병원 내에 있던 일부 환자 가족들은 불이 난 사실을 뉴스를 통해 접하기도 했다. 병원 측은 지난 3월 초 화재 대피 훈련 등을 진행했고 해당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도 했다. 때문에 전시 행정 비판이 일고 있다.

화재 원인 수사를 맡은 베이징시 공안국은 원장, 부원장 등 병원 관계자와 공사업체 관계자 12명을 중대책임사고 혐의로 형사 구류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 등을 조사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4월 18일,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병원 건물 주변이 검은 연기로 뒤덮인 사고 현장 영상들이 게시됐다. 영상에는 검은 연기와 붉은 화염이 건물 밖으로 치솟고 병원 내에 있던 사람들이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 몸의 의지한 채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사건 발생 후 사고 현장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들은 각종 SNS 계정에서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들 사진 대신 진화 후 검게 그을린 병원 외벽 사진을 보도했다. 매체들은 대신 “인리(尹力) 베이징시 중국 공산당위원회 서기, 인융(殷勇) 베이징 시장 등 당정(黨政) 책임자가 화재 현장을 찾아 현장을 지휘하고 부상자들을 위로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뤄 물타기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형 사고인 만큼 화재 소식은 포털사이트 바이두와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며 큰 관심을 받았지만 밤사이 검색어 순위에서도 사라졌다.

원인으로는 자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 사고가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자 관련 당국이 정보를 온라인에서 차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누리꾼 이러한 당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도 이제 끝났다. 핫뉴스는 완전히 차단됐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실시간 검색어 정보 숨기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