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위관리 ‘엄중한 정치적 금서’ 열람·소지 이유로 쌍개처분

뤄야(駱亞)
2023년 07월 3일 오전 11:01 업데이트: 2023년 07월 3일 오후 6:20

중국 베이징시 국유자산관리위원회 장구이린(張貴林) 전 주임이 ‘중대한 규율 위반’으로 쌍개(雙開) 처분을 받았다. 쌍개란 당적과 공직을 박탈당하는 공산당의 최고 수준 징계다.

베이징시 기율검사위원회 감찰위원회는 6월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실을 전하면서 주된 죄목은 “엄중한 정치적 문제가 있는 도서와 간행물을 은닉·열람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관측통들은 그의 죄목이 지금까지 낙마한 관리들과는 다르다며 공산당 관료들이 ‘금서’를 통해 진실을 찾는 데 대해 베이징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금서’ 소장도 큰 죄

장구이린은 지난해 11월부터 조사를 받았다. 감찰위원회는 공식 통보를 통해 그의 죄목을 적시하면서 “정치의식이 박약하고 엄중한 정치적 문제가 있는 서적과 간행물을 은닉·열람했다”는 죄목을 가장 앞에 밝히고 그 뒤에 뇌물수수, 성상납 등의 혐의를 나열했다. 공식 통보에는 그가 어떤 서적과 간행물을 소장하고 보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내막을 잘 아는 베이징 관얼다이(官二代·고위관료 자제) 양(楊)모씨는 6월 28일 에포크타임스에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금서는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비서 바오퉁(鮑彤)의 아들 바오푸(鮑朴)가 홍콩에서 출간한 책”이라며 “에포크타임스가 출간하는 주간지 ‘신기원(新紀元)’도 장구이린의 집에서 나왔다”고 했다.

바오푸는 홍콩 신세기출판사(新世紀出版社)의 창업자로 중국 근대사와 공산당 정치에 관한 책을 많이 출판했다. 자오쯔양의 회고록인 ‘개혁역정(改革歷程)’, ‘최후의 비밀-중국공산당 13기 4중전회의 6·4(천안문 사태)에 대한 결론 문서’, ‘마오쩌둥의 대기근: 1958~1962년 중국 대재난 역사(浩劫史)’, ‘저우언라이(周恩來)의 비밀 감정 세계’ 등이다.

과거 홍콩의 서적과 잡지는 공산당 고위 인사들이 공산당 내부의 치부를 폭로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했다. 해임된 본토 관리들도 자주 홍콩에서 회고록을 내곤 했고, 홍콩 출판업자들도 본토에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본토 사람들이 홍콩을 관광할 때 금서를 사서 본토로 가져가는 것이 일종의 풍조가 됐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인쇄업자, 출판업자, 유통업자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책들을 금기시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이러한 풍조가 사라졌다.

에포크미디어그룹이 발행하는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는 홍콩인들이 진실한 중국 정보를 접하는 주요 통로이다. 사진은 신문가판대에 놓인 홍콩 대기원시보. | 홍콩 대기원시보

“금서 보는 공산당 관료 많다”

양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사실 지금은 소위 엄중한 정치적 문제가 있는 서적들을 읽는 공산당 관료가 너무 많다”며 “우리 집에도 (그런 서적이) 많다. 베이징에 ‘지하도서’를 몰래 파는 사람이 몇 명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업자들이 ‘신기원’ 주간지, ‘대기원시보’ 등을 비밀 통로를 통해 들여와도 공산당이 눈감아주었지만 지금은 단속이 너무 엄해졌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공산당 관리들은 자신의 업무와 연관되는 정보를 금서에서 얻어 활용하는데, 사실상 이런 정보가 그들이 당국에 등돌리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당국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중국 출신 언론인 자오란젠(趙蘭健)은 6월 29일 에포크타임스에 “금서 보는 것을 중대 죄목으로 정한 것은 중국 공산당 관리들에 대한 경고이자 협박”이라고 했다.

진실한 정보는 정확한 판단을 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중국 내에서는 정보가 통제돼 진실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 관료들에게 금서는 진실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주요 도구이다.

자오란젠은 학생 시절 중국에서 겪은 사례를 소개했다. 그의 반 친구 중에는 지린성 퉁화시 정부 관리의 자녀가 있었다. 1992년 자오란젠이 그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집 안에는 홍콩과 대만에서 출판한 정치 관련 금서가 많았다. 훗날 그의 부모는 세 자녀를 모두 독일로 보냈다. 자오란젠은 “이것이 바로 금서의 힘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이 알고 있는 많은 관리가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금서를 본다고 했다.

“나는 그들에게 방화벽을 우회할 수 있는 여러 VPN을 설치해 주었다. 그들은 별도의 핸드폰을 만들어 집에 두고 금서만 본다. 나는 그들에게 원클릭 시스템 초기화 앱도 설치해 당국에 들킬 경우를 대비했다. 역사적 진실을 밝힌 책 한 권이 어느 순간 그들의 인간성을 일깨울 수도 있다.”

“엄격한 정보 통제, 관료들의 불만 살 것”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당국이 규정한 ‘엄중한 정치적 문제가 있는 서적, 영상물, 전자책, 인터넷 오디오 및 동영상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된다.

△공개적으로 부르주아 자유화 입장을 견지하고 4대 기본원칙을 반대하는 것, △중국 공산당의 정책결정에 반대하는 것, △중앙의 방침을 함부로 논하는 것, △중국 공산당의 이미지를 희화화하거나 중국 공산당 지도자를 비방하거나 당사(黨史)와 군사(軍史)를 왜곡하는 것 등이다.

리위안화(李元華) 전 서우두(首都)사범대 부교수는 6월 28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이 말하는 이른바 정치적 금서는 공산당 지도자의 스캔들이나 공산당의 거짓말을 폭로하는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 정권은 지금 매우 취약해 관리들이 진실을 알고 공산당에 등을 돌릴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이 금서로 규정한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九評共產黨)’. | 보다(博大)대출판사 제공

‘베이징의 봄(北京之春)’의 편집장 천웨이젠(陳維健)은 6월 28일 에포크타임스에 “당국이 생각하는 금서에는 서구 민주주의를 소개하는 책과 중국 공산당 지도자의 부패와 스캔들을 폭로하는 책들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천웨이젠은 뉴질랜드신보(新報)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관광이나 업무차 뉴질랜드에 왔다가 신문사를 방문하는 중국 관리가 더러 있었는데, 그들이 금서와 잡지를 열심히 펼쳐 보다가 한두 권 가져가기도 했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당국이 ‘중대한 정치적 문제가 있는 서적과 간행물’을 읽거나 소장하고 있다며 경고한 관료가 여럿 있다. 왕샤오광(王曉光) 전 구이저우성 부성장, 왕인펑(王銀峰) 충칭시 곡물그룹 전 당서기, 우더화(吳德華) 충칭 위베이구 당위원회 상무위원, 그리고 지난 6월 13일 당적과 관직을 발탈당한 상하이 둥팡왕(東方網) 전 총재이자 편집장 쉬스핑(徐世平) 등이다.

천웨이젠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진 지 오래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며 “시진핑은 이런 면에서 공산당 관리들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관료들의 불만을 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