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5나노 정밀도”…관영 CCTV 보도에 中 네티즌 ‘황당’

강우찬
2024년 05월 10일 오후 4:14 업데이트: 2024년 05월 13일 오후 2:48

중국 관영방송이 자국 항공우주 기술자의 연삭 정밀도가 나노미터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해 중국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관영 CCTV 군사채널은 중국 항공우주기관인 ‘국가항천국(CNSA)’ 제2연구소 699 기지의 연삭공 겸 특급기술자 A씨의 ‘기술력’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A씨가 26년간의 노력 끝에 수동 정밀가공을 통해 공작물의 연삭 오차를 미크론(1000분의 1mm) 혹은 나노미터(nm)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CCTV는 그가 절삭공구를 직접 손에 들고 연마하는 탄탈럼(Tantalum) 플레이크는 표면 거칠기가 5나노미터 수준에 불과해 “특수장비로만 감지해 낼 수 있을 정밀도”라고 밝혔다.

이 소식은 중국 관영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곳곳으로 옮겨졌다. 공산당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이 보도를 인용하며 “그는 두 손에만 의지해 5나노미터의 정밀한 연삭을 실현해 냈다”고 추켜세웠다.

숙련된 두 손 만으로 5나노미터 정밀도를 실현했다(빨간 네모)는 내용의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 환구시보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 게시물 | 웨이보 화면 캡처

중국 온라인에서는 “대국의 장인”, “끝내준다”며 애국주의에 도취된 듯한 반응도 있었지만, “상식을 벗어난 보도”, “터무니없는 과장 보도”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적잖이 쏟아졌다.

웨이보에서는 “서방의 목을 조를 또 하나의 첨단기술이 나왔군”, “포토 리소그래피(노광공정) 장비를 손으로 깎아 만드는 것도 꿈은 아니다”라며 조롱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노광 장비가 왜 필요하냐, 그냥 나노미터 기술로 바로 반도체를 깎아 만들면 되지”라며 관영매체 허풍을 꼬집었다.

노광공정은 반도체 생산을 위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려 넣는 초정밀 공정으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네덜란드 기업 ASML이 가장 앞선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으나, 미국의 반도체 기술 봉쇄로 중국이 도입하지 못해 안달을 내고 있는 장비이기도 하다.

중국판 네이버 지식인인 ‘즈후(知乎)’에서는 “이런 식의 선전은 문화유산인 수공예 작품에는 괜찮지만, 첨단 기계 생산 분야에는 안 맞는다”며 “장인의 숙련도가 아무리 높고 소량 생산만 한다고 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뉴스”라고 다소 점잖은 어조로 비판했다.

연삭공 A씨에 관한 중국 언론의 보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중국 소후닷컴에서도 그에 관한 기사가 게재됐다.

이 기사에서는 그가 공산당원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공산당을 국가보다 앞에 두는 공산주의 사회 특유의 ‘철칙’도 잊지 않았다.

중화권 평론가 리닝은 “최근 수년간 중국 공산당 선전기관들은 상식을 무시하는 과장된 선전을 노골적으로 이어오고 있다”며 “농업생산력이 선진국을 뛰어넘었다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다들 사실처럼 떠들던 1950~60년대 마오쩌둥 시절로 돌아간 분위기”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