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SNS 업계 ‘돈 자랑’ 콘텐츠 엄중 단속 발표…“빈부격차 은폐”

강우찬
2024년 05월 17일 오후 2:36 업데이트: 2024년 05월 17일 오후 2:36

웨이보·더우인(틱톡) 등 ‘불량 가치 추구 콘텐츠’ 규제 발표
“빈부격차 심화에 여론 폭발 우려한 中 당국 지시 가능성”

중국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배금주의를 확산하는 콘텐츠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15일 일제히 발표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다수 업체들이 같은 날 엇비슷한 내용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업계 내부 합의 혹은 중국 당국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극심한 빈부 격차를 은폐하려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텐센트(위챗), 더우인(틱톡), 웨이보, 샤오홍슈, 비리비리 등 중국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이날 ‘불량한 가치를 지향하는 콘텐츠’에 대한 단속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단속 대상은 부 과시(炫富), 돈 숭배(拜金), 우월한 조건이나 특권을 과시하거나 극심한 빈곤과 고난, 빈민층을 노출하는 콘텐츠들이다.

현재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값비싼 아파트와 고급 승용차, 사치품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아예 거액의 현금다발을 이리저리 쌓아둔 장면을 자랑하는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다.

부자 친구들을 소개함으로써 자신의 재력을 은근히 내세우거나 재벌 2세, 회사 대표 같은 신분을 통해 간접적으로 돈 자랑을 하는 콘텐츠도 쏟아지고 있다. “이달에 몇백만 위안(약 수억 원) 벌었다”, “돈을 통해 얻은 자유” 같은 게시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업체들은 이번 단속 지침을 통해 해당 콘텐츠에 대해서는 게시물 삭제와 경고 등의 처분이 내려지며 경고가 누적될 경우 계정에 대한 단계적 차단과 계정 폐쇄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 펑몐(封面)신문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 쇼핑 및 소셜 플랫폼인 샤오홍수는 이달 1~7일 총 4273개의 게시물을 ‘불량한 가치 지향 콘텐츠’로 판별해 삭제했으며 관련 계정 383개를 폐쇄했다. 더우인은 4701개 게시물을 삭제하고 11개 계정을 폐쇄했으며, 웨이보는 1100개 게시물과 27개 계정에 같은 조치를 내렸다.

대규모 게시물 삭제 조치가 이뤄졌으나 중국 본토 온라인은 의외로 잠잠한 분위기다. 몇몇 커뮤니티에서만 “왜 내가 질투할까 봐 두렵나”, “눈가림일 뿐, 세금부터 확실히 징수해야 할 것” 같은 비판적 게시물이 드물게 포착됐다.

반면, 엑스(X·구 트위터) 등 해외 소셜미디어에서는 비판 섞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소식을 전한 게시물에는 “대중의 분노가 두렵기 때문일 것”, “일반 국민들은 상상도 못 할 특권층의 호화로운 생활이 알려지는 걸 막으려 한다”, “사회주의 국가의 빈부 격차”라는 댓글이 달렸다.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한 사람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부를 과시하는 것은 사회의 통합을 해치는 행위”라며 “특정 집단의 소득을 공개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20년 사이 빈부 격차가 급속히 두드러지고 있다. 시진핑이 마오쩌둥 시절의 해묵은 정책인 ‘공동부유’를 2013년 다시 꺼내 든 것도 빈부 격차로 인한 정권에 대한 불만 여론을 완화하고, 그 비난의 화살을 민간기업(자본가)에 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시진핑은 2021년 8월 중앙재정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신시대 공동부유”를 제안하면서 소득 불평등 완화를 약속했으나, 중국의 빈부 격차는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는 게 정부 공식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중국 도시가구 소득 상위 20%의 소득은 하위 20%의 6.3배였으며, 상위 20%의 소득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반면 하위 20% 소득은 전년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 공식 통계가 정부의 처지와 공산당 정권의 안정을 목적으로 ‘각색’된다는 것은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 통계에서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음이 입증된 것은 이미 상황이 더 감출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자산관리 회사인 스위스 투자은행 UBS그룹과 자회사 크레디트 스위스 AG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1%의 최고 부유층이 31% 이상의 가계 자산을 통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공산당을 비롯해 중앙 정부기구와 지방 당국이 지난 수년간 대대적인 빈곤 구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조사된 결과다.

중화권 언론인 린칭은 “중국의 빈곤 구제 정책들은 실제로는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공동부유 역시 공산당 권력층이 ‘같이 잘살자’는 구호를 내세워 자본가와 민간 기업들을 털어먹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린칭은 “이번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재력 과시’ 콘텐츠 삭제 조치도 업계의 자율 규제를 위장한 당국의 빈부 격차 은폐 및 불만 여론 무마 공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