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가 필요했던 ‘진짜 이유’

마크 라다스(Mark Lardas)
2023년 09월 20일 오후 4:58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9:58

1945년 8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일본에 원자폭탄을 두 차례 투하했다. 시간이 흘러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폭은 불필요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 극단적인 조치가 없었더라도 일본은 곧 항복했을 것”이라거나 “도시가 아닌, 사람이 살지 않는 목표물을 폭격하는 것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항복의 길

에반 토마스의 저서 ‘항복의 길: 세 남자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향한 카운트다운’은 이러한 주장이 정말 합당한 의견인지를 고찰한다. 작가 에반 토마스는 일본의 항복을 위해서는 원폭이 필요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원폭 투하가 없었다면 일본은 전쟁을 고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토마스는 저서에서 세 명의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헨리 L. 스팀슨, 칼 스파츠, 그리고 도고 시게노리다. 스팀슨은 미국 제51대 전쟁부 장관으로, 당시 미국의 전쟁과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장군으로 활약한 장교 칼 스파츠는 태평양에서 미 공군을 지휘, 일본과의 공중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졌다. 도고 시게노리는 당시 일본의 외무대신으로 일본 최고전쟁위원회 위원 6인 중 한 명이었다.

토마스는 세 인물을 통해 사건을 구성했다. 책은 1945년 봄부터 여름까지 미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이 내린 결정을 따라간다. 스팀슨과 스파츠는 미국의 원자폭탄 배치를 중재하는 세력으로 등장한다. 도고는 일본 전쟁위 6인 중 항복을 통한 평화를 추구한 유일한 위원이었다.

사실상 ‘평화’가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은 1945년 안에 전쟁을 끝내기를 원했다. 문제는 일본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전쟁을 끝내기를 원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일본의 섬들이 점령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기를 요구했으며, 일왕 정부와 군대 또한 그대로 유지하려고 들었다. 일본은 자신들이 패한다 하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있기를 원했다. 연합국은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연합군은 나치 독일을 ‘무조건 항복’시켰던 것처럼 일본의 군사적 위협을 무력화하고자 했다.

실제 일본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이후에도 전쟁을 계속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인해 일본 전쟁위는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토마스는 당시에도 항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일본의 항복 당일, 전쟁을 강행하기 위한 쿠데타 시도가 내부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책 ‘항복의 길’은 뛰어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원자폭탄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명료하게 해결했다.

‘항복의 길: 세 남자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향한 카운트다운’, 에반 토마스 저|Penguin Random House

항복의 길: 세 남자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향한 카운트다운

에반 토마스 저

2023년 5월 16일. 랜덤하우스. 336쪽(하드커버).

마크 라다스는 역사학자이자 엔지니어, 그리고 프리랜서 작가다. 미국 텍사스주에 거주하고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