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교육 검열’ 강화하는 中…“학생들 교과서 빼앗고 찢어”

레오 청
2024년 03월 12일 오후 6:55 업데이트: 2024년 03월 12일 오후 8:36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에듀 랜싯’에는 한 홍콩 학생이 중국 본토로 넘어가기 위해 세관을 통과하다 겪은 일을 소개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 거주하며 홍콩 베이 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이 학생은 지난 3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세관을 통과했다.

당시 이 학생은 홍콩에서 출간된 중국 역사 교과서를 들고 있었는데, 본토 세관원이 이를 발견하고 학생을 멈춰 세웠다.

세관원은 역사 교과서에서 중국 지도가 그려진 페이지를 확인한 뒤 그 페이지를 찢어버렸다. 세관원은 “중국의 법률을 준수하지 않은 지도”라며 학생을 다그치고, 지문까지 찍을 것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확인 결과, 세관원이 찢은 지도에는 중국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인 댜오위다오(釣魚島)가 대만식 명칭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표기돼 있었다. 또한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지역을 표시한 ‘구단선’도 누락됐다.

이를 이유로 세관원이 학생을 검문하고, 역사 교과서를 훼손한 것이다.

게시물은 “그 학생은 검문을 당한 일로 상당히 겁에 질려 있다”며 “소식통에 따르면 본토 세관원이 학생을 검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알렸다.

이어 “이 같은 검문·검열 행위가 일상적인 관행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며 “홍콩의 교육 분야를 겨냥한 중국공산당의 조직적인 탄압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에포크타임스의 문의에 홍콩 교육국은 지난 6일 “문제가 된 교과서는 중국 정부가 새롭게 공개한 표준지도의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했다.

또한 “교육국은 이를 가능한 한 빨리 출판사에 통보해 내용을 업데이트하도록 하고, 다른 출판사에도 교과서를 다시 한번 검토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알렸다.

홍콩 교육국이 언급한 표준지도는 지난해 8월 중국 당국이 공개한 ‘2023 표준지도’로, 중국은 이 지도에서 주변국과 국경·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을 모두 자국 영토로 표시했다.

게시물은 “이번 사건은 홍콩의 교육 환경이 악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며 “홍콩 학생들의 자유와 교육 자율성을 억압하려는 중국공산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국공산당은 교육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등 홍콩의 모든 부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홍콩이 완전히 중국화(化)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