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지방교육청, 초등학교 공자학원 프로그램 폐지

남창희
2022년 06월 8일 오후 4:36 업데이트: 2022년 06월 8일 오후 6:00

중국과 호주 사이의 외교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한 지방 교육청이 초등학교 1곳의 공자학원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호주 노던 준주 교육청은 최근 우드로프 초등학교의 공자학원 수업(공자학당)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 초등학교는 지난 2017년 노던 준주 최초로 공자학당을 개설했다.

교육청 대변인은 호주 ABC에 “이번 조치는 학교 교육 및 학습 우선순위에 따른 것”이라며 “작년 8월 중국 측과 사전 합의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노던 준주 교육청은 공자학원과 관련, ‘중국어 교육’을 내세운 이 기관이 중국 공산당의 정치선전 공작기관인지 조사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이번 공자학원 폐지는 호주에서 첫 사례는 아니다. 앞서 지난 2019년 8월 뉴사우스웨일스주 교육청은 1년간 엄격한 심사 끝에 지역 내 공립학교 13곳에 설치된 공자학당을 폐쇄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 산하 중외언어교류협력센터에서 운영, 지원하는 중국어 교육기관이다. 일반적으로 대학 내에 어학센터 형태로 설립되지만, 초·중·고등학교 등에는 수업형태(공자학당)로 개설된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 각국은 공자학원의 실체를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산하 스파이 기관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 퇴출시켜왔다.

호주에서도 한때 공자학원과 공자학당이 총 67개로 성행했으나 현재는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공자학원의 위험성을 오랫동안 지적해온 호주의 중국문제 전문가 존 피츠제럴드 스윈번 공대 교수는 “호주 학교에 중국어 수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자학원과 엮이면 외국 세력의 간섭이라는 위험요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각국 공자학원(공자학당) 교사는 모두 중국에서 고용, 현지에 파견한다. 교사 급여도 중국 정부에서 낸다. 공자학원을 유치하는 학교 입장에서는 장소만 대여해주면 공짜로 중국어 교육 프로그램과 중국 어학연수 등을 운영할 수 있어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그러나 중국의 공자학원 운영본부에서는 중국어 교사 모집 시 우수한 ‘정치적 자질’과 ‘애국심’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대만, 티베트, 파룬궁 등 중국 공산당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와 입장이 일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수의 중국문제 전문가들은 공자학원이 표면상으로는 중국 언어와 문화를 교육하지만, 실질적으로 중국 내 인권문제 등에 관해 중국의 정치 주장을 선전하고 학생들의 반대 의견을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주의회는 지난 2018년 ‘외국 영향력 투명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외국 정부나 정부기관, 정부소유 등을 ‘외국정부 대리인’으로 등록할 것을 의무화했다.

호주 법무부는 이 법에 근거해 이듬해 3월 자국 내 공자학원 13곳에 서한을 보내 등록을 촉구했다. 공자학원이 일반적인 교육기관이 아니라 중국 정부 혹은 공산당의 선전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