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고서, 中 공자학원 실체에도 주목 “현지 엘리트가 동조”

한동훈
2021년 9월 26일
업데이트: 2021년 9월 26일

프랑스 국방부 산하 군사전략연구소(IRSEM)는 최근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작전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공자학원을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전술 거점이자 이데올로기 선전기지라고 지적했다.

IRSEM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50여 명의 전문가들이 2년에 걸쳐 작성한 646쪽 분량의 보고서 ‘중국의 영향력 작전’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해외의 중국인 커뮤니티와 현지 언론·외교·경제·정치·교육·문화·싱크탱크 등에 어떻게 침투해 왔는지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공자학원이다.

중국 공자학원은 한국에서 “일정 시간의 수업을 이수하면 중국 국비지원 장학생으로 중국 대학교에서 6개월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혜택 많은 제도”로 이해되고 있으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여러 국가에서는 스파이 기관으로 취급받고 있다.

2004년부터 중국 정부는 세계 각지 대학 캠퍼스에 공자학원을 설치해 중국어 교육 및 중국과의 교류 협력을 지원해왔다.

공자학원은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와 가깝다. 공자학원 총본부인 국가한판은 2007년 12월 초대 이사회를 출범시켰는데, 이사장은 류옌둥(劉延東) 전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 부장(장관)이 임명됐다. 류옌둥은 2018년 3월에야 후임 쑨춘란(孫春蘭) 국무원 부총리로 대체됐다.

공자학원 운영은 중국 교육부 산하 ‘중국국가한어국제보급영도소조판공실’(이하 국가한판)에서 담당해왔으나, 지난해 운영주체가 민간단체인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로 변경됐다. 그러나 ‘간판만 바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IRSEM 보고서는 공자학원이 전 세계 교육시스템에 침투하기 위한 통로로 이용됐음을 보여준다. 공자학원은 중국 언어와 문화 보급을 내세워 중국 공산당의 이념을 각국 학생들에게 주입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공자학원은 각국 대학 캠퍼스에 어학원(공자학원) 혹은 초중고에 강의(공자학당) 형태로 설치됐으며, 현지 중국 대사관과 연계된 중국문화센터의 지원과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또한 중국인 원장과 현지인 원장 1명씩을 두고 나머지 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중국인을 채용했다. 교사들은 학원 측에 고용됐으며, 연계를 맺은 중국대학에서 채용한 중국인 교사를 현지에 파견하기도 했다.

교과서나 영상물 등 교재는 중국에서 제작한 것을 사용했다. 수업내용도 거의 공자학원에서 결정했다.

공자학원을 유치한 대학들은 연간 평균 금액은 10만~15만 달러의 운영자금을 지원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공자학원, 공산주의 중국의 침투 거점 역할

IRSEM 보고서는 중국의 각국 침투 교두보 기능을 해왔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파리 공자학원의 프랑스 측 원장을 역임했던 질 기흐(Gilles Guiheux) 파리대 교수는 “공자학원의 문제점은 중국에 관한 허구적 이미지를 퍼뜨린다는 데 있다”며 프랑스 내 일부 인사들이 중국에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구상한 ‘북극 실크로드’의 요충지인 그린란드에서도 공자학원은 현지 엘리트 계층에 침투하는 통로가 됐다.

2016년에는 중국 기업이 그린란드의 옛 미군기지를 사들이려 하다가 덴마크 정부의 개입으로 무산됐고, 2018년에는 중국 국영기업이 신공항 건설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가 또 한 번 덴마크 정부가 개입해 무산된 바 있다.

중국이 그린란드의 옛 미군기지를 사들이려 했던 2016년은 상하이시가 콰콜톡(Qaqortoq) 대학에 2018년 공자학원을 설립하기로 한 해였다. 공자학원 설립은 양국 엘리트 계층의 접점이 됐고, 소수이긴 했지만 현지 엘리트들의 도움으로 중국은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할 수 있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밖에 호주 공립학교 교육시스템 침투도 중국 공산당이 공자학원을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한 사례로 보고서는 기록했다.

침투에 대한 대응…각국서 공자학원 퇴출 움직임

무리한 침투에 따른 반발도 이어진다. IRSEM 보고서는 세계 곳곳에 진출한 공자학원이 문을 닫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7월까지 미국 시카고대, 캐나다 맥마스터대, 프랑스 리옹대 등 적어도 9개국에서 50개 대학이 교내 설치된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공립 초중고에 설치된 15개 공자학당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독일은 뒤셀도르프대, 함부르크대가 공자학원과 계약연장을 포기했고, 잉골슈타트 등 몇몇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공자학원 퇴출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트리어 대학은 올해 3월 중국 정부가 독일에 있는 중국 연구기관 메릭스(MERICS)에 대한 제재에 대응해 공자학원과의 모든 협력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IRSEM 보고서는 또한 공자학원이 대학에 보장된 ‘학문의 자유’를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업시간에는 중국 공산당이 민감하게 여기는 화제인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인권 문제, 대만 문제, 파룬궁 탄압 등에 대한 언급이 허용되지 않는다.

학원 교사들의 ‘자질’도 논란이 됐다. 공자학원 총본부는 2016년 소속 교사들에게 “업무 역량과 정치적 자질”을 동시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2005년 호주를 탈출한 천융린(陳用林) 전 중국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해 “우수한 정치적 자질이란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이라고 전했다.

공자학원은 지난 2004년 서울 강남에 세계 최초로 1호점을 열었으며, 이후 2020년 7월까지 전 세계 162개 국가 및 지역에 541개의 공자학원과 1170의 공자학당을 설치했다. 한해 운영예산은 2017년 기준 37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IRSEM 보고서에 따르면, 공자학원이 많은 국가는 미국(75개)이었으며 그다음은 영국(29)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한국(23)과 태국(16)이 가장 많았다. 프랑스의 공자학원은 현재 18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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