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 네번째 시리즈 ‘한국의 가정 신앙 부루단지’展 열려

이연재
2022년 09월 13일 오후 3:22 업데이트: 2022년 09월 13일 오후 3:22

우리는 흔히 누군가가 어떤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모습을 보면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라는 표현을 쓴다. 신줏단지가 무엇을 의미하기에 이 같은 표현이 전해졌을까?

신줏단지는 조상신을 의미하는 신주(神主)와 단지(甕)의 합성어로 조상신을 상징하는 신체(神體), 곧 ‘부루단지’를 뜻한다.

부루단지의 ‘부루’는 우리나라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초대 임금 단군왕검의 장남, 부루태자의 이름에서 연유했다.

부루단지는 주로 단지에 곡식을 가득 채운 후 하얀 종이로 덮어 무명실로 묶은 다음 안방의 윗목이나 대청 한구석에 올려놓는다. 부루단지는 곡식이 한 되도 채 들어가지 않는 작은 단지부터 서너 말이 들어가는 큰 독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부루단지를 위한 의례(儀禮)는 집안마다 다르지만 해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햅쌀을 정성스럽게 담는 점은 공통적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보리농사가 끝나면 묶은 쌀을 들어내고 햇보리로 갈아 넣는 예도 있어서 일 년에 두 번 단지 안의 곡식을 바꾸기도 한다.

예부터 조상들은 집안 구석마다 각각 그 장소를 다스리는 신이 있다고 믿었다.  농경 사회에서 곡식은 특별한 의미가 있으므로 그 곡식을 담는 단지는 신의 집처럼 중요시됐다.

때때로 부루단지 앞이나 뚜껑 위에 조과(造菓), 과일 등을 차려 놓기도 하고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들거나 별미(別味)가 생기면 먼저 부루단지에 천신(薦新)하고 그다음 가족들이 나누어 먹는다. 명절에는 메, 갱, 떡도 한 접시 차린다. 이와 같은 곡물과 음식 중심의 부루단지 신앙은 귀한 것을 조상님께 먼저 드려야 한다는 조령(祖靈) 숭배 정신과 농경민족의 속성을 반영하는 곡령(穀靈) 숭배 신앙의 복합적인 신앙 형태로 볼 수 있다.

부루단지는 지역마다 이름이 다른데 경기도에서는 제석(帝釋)주머니로, 경상도는 조상단지·세존(世尊)단지·부루독, 강원도는 삼신바가지, 충청도는 조상님·제석, 제주도는 조령숭배, 전라도는 지석오가리·제석단지·세존주머니 등으로 불린다.

지난 7일 무우수갤러리에서 한민족의 민족문화와 신앙을 주제로 다양한 시각의 미술물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무우수갤러리가 기획한 K-Art 네 번째 시리즈 ‘한국의 가정신앙 부루단지’전()은 김경현, 김봉준, 모용수 등 작가 8명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김봉준 ‘정원의 여신’ | 무우수갤러리 제공

 

임서령 ‘엄마의 시간’ | 무우수갤러리 제공

양효주 무우수갤러리 학예실장은 “가족의 평안과 건강, 풍요를 기원하는 한국의 가정신앙은 우리 전통 민속 종교의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부분을 형성한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민족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회는 이달 27일까지 무우수갤러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