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그림 ‘운무를 바라보는 방랑자’…숭고함에 관한 사색

[시리즈 칼럼] 고전회화는 사람의 내면에 무엇을 남기는가
에릭 베스
2018년 12월 26일
업데이트: 2020년 6월 20일

캐스퍼 데이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는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다. 그는 ‘운무를 바라보는 방랑자’(Wanderer Above the Sea of Fog)라는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그림에서 그는 아스라이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산 정상에 홀로 서 있는 신사를 묘사했다. 피어오르는 안개 저 너머로 산이 펼쳐져 있다.

이 그림이 토론이 필요할 만큼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숭고함의 일반적 개념에 대한 토론 없이 이 그림을 논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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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안개와 하늘이 무한히 펼쳐내는 신비는 미지의 세계를 나타낸다. 인간은 보통 미지의 곳을 마주하면 자신감과 침착함을 지니기보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먼저 느낀다. 따라서 숭고한 경험의 첫 번째 특징은 바로 미지의 존재 또는 무한한 존재에 직면해 느끼는 무능력한 느낌과 두렵고 불안한 마음과 관련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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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데이비드 프리드리히의 ‘운무를 바라보는 방랑자’(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 Public Domain

그러나 숭고한 경험은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목표 성취 능력을 잃게 되는 그러한 체험은 아니다. 우리는 미지의 지평선을 바라보는 신사의 포즈가 매우 관조적이면서도 아주 확신에 차있는 것을 본다. 그는 목표로 삼았던 산 정상에 일단 오른 듯하다. 이 장소에서 지나온 여정과 다가올 여정에 대한 신비를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숭고한 경험의 두 번째 특징은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는 능력에 관한 것이다.

신사는 이미 미지의 장소에 오르는 모험을 감행할 용기를 냈다. 그의 뒤에는 그가 산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지나온 경로가 있으며 그의 앞에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신비가 펼쳐져 있다. 그는 그야말로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고 자신의 인내와 용기로 이전의 상태보다 높이 올랐다. 세속적 문제를 초월해서 미지와 무한함을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세속적 문제를 초월하면 우리는 하늘과 신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럴 때 놀라운 영감이 오고 탈바꿈이 가능해진다. 숭고한 경험의 세 번째 특징은 두려움과 불안에 용감하게 대처할 때 오는 장엄함과 압도적 변화에 관한 것이다.

프리드리히의 그림에는 우리 현대 생활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 우리는 현재 너무 세속적 일들에 소모된다. 우리는 숭고한 경험을 통해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사고의 균형을 갖게 된다. 우리 모두는 두려움과 불안정을 경험한다. 그러나 우리는 영원히 그런 것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세속적 일들이 우리를 소모시킬 때면 우리는 피할 수 없이 두려움과 불안정함을 인식하게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오히려 내면 깊은 곳에서 두려움과 불안에 직면하고 극복할 능력을 얻게 된다. 이때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정신적 고양이며 겉으로 보아 알 수 없는 신성함을 생각하게 된다.

예술은 볼 수 없는 것을 가리킬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있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지게 한다. “보는 사람에게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과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인간의 경험에 대해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런 것들이 ‘고전회화는 사람의 내면에 무엇을 남기는가’ 시리즈에서 필자가 탐구하고자 하는 과제들이다.

에릭 베스(Eric Bess)는 현재 비주얼 아트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젊은 화가 겸 예술전문 기고가다. 고전회화를 중심으로 예술 작품 큐레이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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