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최측근, 美 핵 공격 경고…“세계 전쟁도 불사할 것”

톰 오지메크
2024년 02월 21일 오후 1:28 업데이트: 2024년 02월 21일 오후 1:28

미 의회 “러시아, EMP 무기 개발…세계 경제 마비 가능성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얻은 영토를 포기하도록 러시아를 압박할 경우,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해 핵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여러 차례 ‘핵 공격’을 언급하며 서방 국가들을 위협해 왔다.

그는 지난 18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 영토를 ‘1991년 국경’으로까지 확장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런 노력에는 유사시 모든 전략 무기를 사용해 서방 국가들과 세계 전쟁을 벌이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1991년 국경’이란 러시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지역 4곳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러시아는 무력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주(州), 헤르손주, 루한스크주, 자포리지야주를 점령한 뒤 이곳들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다. ‘원래 러시아 땅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이 이에 간섭하거나 통제권을 포기하도록 압박할 경우 핵무기를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것이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보낸 경고다.

그는 “우크라이나 키이우뿐만 아니라 미국 워싱턴 D.C.,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도 핵 공격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유사시 핵무기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이번 경고는 러시아가 핵무기 관련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다.

지난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한 러시아는 최근 핵무기 탑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전술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하는 등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핵탄두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는 총 5889기로 미국(5244기)보다 많다.

2024년 2월 20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주 핵무기

미 의회 의원들은 “러시아가 미국의 주요 군사 및 민간 인프라를 위협할 수 있는 우주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러시아가 우주의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핵 전자기파(EMP)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세계 경제가 순식간에 마비될 정도로 파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마이크 터너(공화당·오하이오주) 위원장은 지난 14일 “위원회는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밀이라는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정보에 대한 기밀 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위협의 구체적인 실체에 대해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러시아가 개발하고 있는 ‘위성 공격’ 역량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이를 실전 배치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일 “러시아는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회의에서 “최근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 우주 핵무기와 관련한 주장이 제기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러시아는 다른 국가들이 우주에서 하는 일만 한다”고 말했다.

쇼이구 장관도 “러시아는 우주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그들(미국)도 이를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우주 핵무기를 언급하며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전략적 안정 대화에 참여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