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에 맞서는 방법…‘야간 스케치, 우산 아래’

케이트 비디모스 (Kate Vidimos)
2023년 10월 5일 오후 8:43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1

미국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1804~1864)은 ‘주홍글씨’ ‘큰바위 얼굴’ 등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19세기에 활동한 그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고난을 지혜롭게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두운 밤 거센 폭풍우가 창문을 두드리면 대부분 사람들은 몸을 웅크리고 이불 깊숙이 파고든다. 작가이자 언어학자인 영국 J.R.R. 톨킨(1892~1973)은 그의 저서 ‘반지의 제왕’에서 폭풍우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넓은 세상은 모두 당신에 관한 것이다. 스스로 울타리를 칠 수도 있지만, 영원히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폭풍우를 피해 숨지 말고 신념을 가지고 성큼 나아가야 한다.”

나다니엘 호손 역시 단편소설 ‘야간 스케치, 우산 아래’에서 용기와 지혜로 어둠을 헤쳐나가라고 말한다.

폭풍 속으로

‘야간 스케치, 우산 아래’ 속 세상은 세찬 겨울 바람으로 가득한 풍경이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거리는 온통 우울한 잿빛이 하늘을 뒤덮고, 가로등 불빛만 어둠을 비춘다.

소설 속 호손은 따뜻한 난로 옆에서 책을 읽고 있다. 그는 바깥 세상의 폭풍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책 속에 펼쳐지는 경이로운 세상에 푹 빠져있다.

그는 아늑한 공간에서 책을 읽으면서도 ‘비현실’이라는 더 짙은 어둠이 엄습해 옴을 느낀다. 책 속에 들어 있는 그림자 같은 가상이 아닌, 실존하는 세상과 맞닥뜨리고 싶어졌다.

한동안 망설이다 그는 결국 폭풍우 몰아치는 밤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거리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폭풍우를 대하고 있었다.

‘비오는 바젤의 제방’(1896), 알렉산드르 브누아 | 공개 도메인

바다 위 거친 폭풍에 맞서 싸웠던 선장은 땅에서 마주친 폭풍우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기세등등하게 걸었다. 반면, 거센 비바람에 위태롭게 발걸음을 떼던 신사는 우산을 가누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호손은 작은 우산을 같이 쓰고 파티로 향하는 젊은 부부를 발견한다. 서둘러 걷던 두 사람은 빙판길에 미끄러져 물이 고인 길바닥에 넘어진다. “차가운 물도 우리의 열정적 사랑을 식힐 수 없다며 얼른 일어나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에선 신실함이 빛난다.

호손은 창문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수많은 집을 지나 계속 걸어간다.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이 안락한 실내에서 웃고 떠들지만, 호손은 이를 피할 수 없는 폭풍의 현실을 잊기 위해 임시대피소에 일시적으로 숨어 있을 뿐이라고 여긴다. 호손은 거리에서 관찰한 인간사를 곱씹으며인생의 폭풍우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한다.

폭풍우에 맞서다

호손은 자신에게 닥쳐온 폭풍을 무시하고 숨는 것은, 인생의 교훈을 경험하지 않으려 회피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런 일시적인 도피는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아내 엘리너 루스벨트는 “인생의 목적은 삶을 살아내고,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새롭고 풍부한 경험을 위해 두려움 없이 열심히 맞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손의 소설야간 스케치 : 우산 아래의 이야기처럼 우리 삶에 폭풍같은 고난이 찾아올 때, 우리는 용기를 내어 그것을 맞이해야 한다. 용기와 믿음은 가장 어둡고 짙은 밤을 가장 밝고 찬란한 모험으로 바꾼다. 그 속에서 우리는 현실을 딛고 지혜를 갖춘 더 강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케이트 비디모스는 댈러스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모든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추구하며 현재 동화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