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 좌절한 중국인들, 이번엔 인도대사관 SNS에 “도와 달라”

정향매
2024년 02월 7일 오전 10:00 업데이트: 2024년 02월 7일 오후 4:59

검열·삭제 없는 소통 창구 찾아 외국 공관 소셜 계정으로

중국 신년을 며칠 앞두고 중국 주식 투자자들이 증시 폭락으로 인한 경제난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언론 자유가 억압된 중국 인터넷 환경에서 이들은 기발한 방법을 통해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번에는 주(駐)중국 인도 대사관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소통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베이징 주재 인도 대사관은 지난 2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공식 계정에 대사관이 주최하는 3월 이벤트를 예고하는 게시물을 공개했다. 6일 오후 기준 해당 게시물에는 ‘좋아요’ 4만3000개, 댓글 5876개가 달렸는데, 이는 같은 계정의 기타 게시물 평균 참여도의 100배 이상을 기록한 수치다.

중국 네티즌은 인도 대사관 3월 이벤트와는 무관하게 인도를 칭찬하는 댓글을 줄지어 남기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도 증시가 부럽다” “진정 위대한 동방의 대국” “위대한 국가, 위대한 금융 시장에 찬사를 보낸다” “인도에 경의를 표한다, 인도를 따라 배워야 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칭찬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한 네티즌은 “히말라야산맥을 가운데 두고 있는 인도와 중국 (증시는), 왜 이렇게도 다를까?”라고 한탄했다. 올해 들어 중국 증시 지수는 몇 년 만의 최저치를 매일 경신하고 있다. 반면 인도 증시 지수는 20년 전의 3000에서 오늘날의 7만2000으로 상승했다.

“당신(인도)을 ‘싼거(三哥·셋째 형)’이라고 부르는 건 가당치 않다. 이제부터는 ‘싼예(三爺·셋째 할아버지)’라고 칭하겠다. 구해 달라”는 글도 있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싼거’는 인도에 대한 농담 섞인 애칭으로 통한다.

“지난날 나는 미국을 모욕하고, 인도를 능멸했다. 미안하다. 이제부터는 미국과 인도를 응원하겠다”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댓글도 있었다.

지난 2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2700 밑으로 떨어지자 중국 네티즌이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 웨이보 공식 계정에 몰려와 구조 요청 댓글을 남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중국인들은 기린 보호 내용을 담은 미국 대사관 게시물 댓글 창을 통해 미국에 “세계 경찰의 책임을 이행하라”고 요청했다. “기린을 보호하듯 중국 증시도 구해달라” “지구의 암 같은 존재 중국 공산당을 제거해 달라” “미군의 중국 진입에 가이드 역할을 해주겠다” “반역자가 되겠다”는 등 과격한 내용의 댓글도 다수 확인됐다.

이후 웨이보 댓글 관리자는 미국 대사관 공식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댓글을 남긴 일부 계정을 비활성화 계정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미국 대사관 게시물에 댓글을 남길 수 없게 된 중국 네티즌은 인도 대사관 공식 계정으로 옮겨 우회적으로 중국 증시 폭락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현재 인도 대사관 게시물 하단 댓글도 빠른 속도로 웨이보 댓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