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사망자 혈액서 섬유질 혈전 증가”…음모론 지적도

알랜 스테인(Allan Stein)
2023년 10월 24일 오후 5:49 업데이트: 2023년 10월 24일 오후 5:49

영미권 장의사들 “혈전 확실히 늘었다” VS “금시초문”
미 보건당국은 “우리 관할 아냐”…연구 필요성 지적도

영미권에서는 장례식 때 유족과 고인의 친구들이 관 속의 고인과 작별 인사를 나눈다.

이를 위해 시신방부처리를 포함해 유해 복원 작업을 거치는 데 이를 ‘엠바밍(embalming)’이라고 한다.

엠바밍 과정에서는 혈액을 빼내고 화학용액을 주입하는 처리가 이뤄지는데, 2021년 이후 영미권에서는 긴 고무끈 형태의 백색 덩어리가 혈액 내에서 발견됐다는 작업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한 장례업체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우리 지역 모든 장례업체의 엠바밍 작업자들은 다들 이런 일을 겪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의 장의사 역시 “이런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들 생각한다”고 밝혔다.

에포크타임스의 취재에 응한 장의사들은 “이유가 뭔진 모르겠지만 (2021년) 이전에는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집계하진 않았지만 처음 이 현상을 목격했을 때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그런가’ 싶기도 했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모두가 이런 현상을 목격한 것은 아니다. 전화나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장례업체 관계자 중 상당수는 이를 부인했다.

캐나다의 한 엠바밍 작업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에 관한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이 작업자는 “한 해 400여 구의 시신을 방부처리하는데,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영국 쉬펄리의 한 장의사가 개인방호장비를 착용하고 시신처리를 준비하고 있다. 2020.5.21 | Christopher Furlong/Getty Images

호주, 영국에서 인터뷰에 응한 장의사들도 ‘백색 섬유질의 혈전’에 대해서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허튼소리”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에서는 총 11명의 검시관이 사망자의 순환계에서 백색 섬유질 단백질(피브린) 덩어리가 막혀 있는 사례를 보고했다.

이러한 혈전에 대해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과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감염 혹은 백신 접종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그런 연관성을 입증하는 연구는 아직 없다.

아이다호주 병리학자 라이언 콜 박사는 에포크TV 명사 인터뷰 프로그램인 ‘미국 사상 지도자들’에 출연해 “정상적인 사후 응고로 인해 발생하는 혈전은 백색 고무 형태를 이루지 않는다”며 관련 연구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콜 박사는 또한 코로나19 혹은 백신 접종의 부작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의학계 현실을 지적하며 “제도적으로 형성된 두려움”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보건당국이 환영하지 않는 연구를 과학자들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아이다호주 병리학자 라이언 콜 박사 | York Du/The Epoch Times

미 퇴역 공군 소령인 토마스 하빌랜드는 ‘백색 혈전’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후 개인적인 호기심에 올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5개국 장례업체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이에 따르면, 온라인 설문 플랫폼을 이용한 조사에 응한 179명 현직 엠바밍 작업자 중 119명이 백색 섬유질 혈전을 시신에서 발견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 문항은 의뢰받은 시신 중 방부처리를 한 비율, 방부처리 범위(전신·일부), 백색 섬유질 혈전 목격 여부 등이었고 코로나19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설문조사 마지막 문항인 ‘자유 발언’에는 미국과 캐나다의 엠바밍 작업자 총 54명이 백색 혈전과 코로나19 백신의 관련성을 언급했다. 다만 일부는 관련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하빌랜드는 “백색 섬유질 혈전이 2021년에 처음 나타났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엠바밍 작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처리한 시신에서 상당한 비율, 경우에 따라서는 절반 이상의 시체에서 발견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에포크타임스가 하빌랜드의 설문조사에 응한 장례업체와 장의사들에게 독자적으로 연락한 결과, 문의에 응한 14명 중 9명은 백색 섬유질 혈전을 목격했고 나머지는 목격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백색 혈전을 목격했다고 답한 9명 중 한 명인 캐나다의 장의사 로라 제프리는 “2021년 초 시신의 정맥과 동맥에서 백색 끈 형태의 고무 덩어리를 뽑아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프리는 “한번은 숨진 여성의 동맥에서 백색의 실타래 같은 것을 발견했다”며 “길이는 8인치(약 20cm) 정도 됐고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며 “시신은 검시를 거쳐서 전달됐기에 의사가 혈전을 발견하지 못하진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그것을 처리하는 것은 내 몫이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시신에서 백색 혈전을 처리해야 했고, 이 작업이 매우 성가신 일이었기에 동료들과 상의했으나 ‘아무 말 안 하는 게 좋겠다’는 분위기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고 전했다.

뉴질랜드의 장의사 겸 엠바밍 작업자도 제프리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장의사는 이메일 답변을 통해 “내가 조사에 응했다는 것이 동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혈전을) 거론하면 음모론자 취급을 당해 다들 언급을 꺼린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주의 한 장례업체 관계자는 “모든 연령대의 시신에서 백색 섬유질 혈전이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시체 안치소. 2020.3.30 | Comunidad de Madrid – Handout/Getty Images

이 관계자는 “20대 후반 사망자는 가족력에 혈전과 관련된 요인이 없었고 생전에 무척 건강하고 자기관리를 잘한 사람이었다”며 “신체 하부 동맥에서 두 개의 큰 백색 섬유질 덩어리를 발견했는데, 일반적으로 이 부위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혈전인 데다 평소 건강관리를 잘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생각하기 힘든 혈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유가족에게 고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접종자였다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망자는 혈전이 나오더라도 정상적인 혈전이 나오지 이러한 혈전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을 접종한 환자에게서는 혈액 자체의 점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큰 혈전이 발견된다”며 “(미접종자에게서는) 이렇게 실 가닥이 합쳐진 형태의 끈적한 덩어리가 혈액 배출을 방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한 장례업체 엠바밍 작업자는 “백색 혈전을 목격했다”며 “같은 엠바밍 작업자인 매니저에게 물었더니 ‘코로나19 유행 전에도 그런 혈전이 종종 나왔다’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이 작업자는 “엠바밍 작업을 하면서 시신의 혈액을 배출할 때, 혈액에서 지방덩어리와 붉은 혈전, 크고 작은 백색 덩어리를 자주 본다”며 “사망자가 코로나19에 걸렸는지 백신을 접종했는지 알 수 없기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뉴욕과 유타주의 장의사들도 섬유질의 혈전을 발견했다고 인정했다.

30년 경력의 한 유타주 장의사는 “발생하기는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산발적인 현상이다. 어떤 지역에선 자주 발견되지만 어떤 지역에선 보이지 않기에 음모론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오클라호마주의 한 장례업체는 “우리 업체의 모든 엠바밍 작업자가 이전까진 이런 경험을 보고하지 않았지만 최근 2년간 이런 현상을 여러 번 겪었다고 말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혈전의 존재를 부인하는 이들도 있었다. 오하이오주의 한 장의사는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라며 “우리 업체에서는 연간 1800구 이상의 시신을 방부처리하지만, 백색 섬유질 혈전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 시신 방부처리 업자가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2016.10.30 | Noel Celis/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에포크타임스 취재에 응한 호주 장례업체 3곳 중 2곳은 “백색 혈전은 물론 일반 혈전도 증가하는 현상을 목격하지 못했다”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답했다.

캐나다의 한 장의사도 백색 섬유질 혈전을 본 적 없다고 말했고, 영국의 한 장례업체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이번 조사를 비난하기도 했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의료원(NIH)은 시신처리 과정에서 발견되는 백색 섬유질 혈전에 관한 에포크타임스의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시신 혈액 내 백색 섬유질 혈전에 관한 질의에 각각 “시신방부처리 등 장례 절차에 관해 공유할 정보가 없다”, “장례 절차에 있는 시신은 FDA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미장례업자협회(NFDA)는 관련 보고나 조사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혈전은 엠바밍 작업에서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현상”, “고인의 사망 원인은 검시나 부검을 담당한 의사가 판단할 일이며 장의사는 그런 자격도 없고 훈련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NFDA는 또한 협회가 혈전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진 않다며 “혈전의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외에 동맥경화, 흡연, 심장마비, 심부전, 심부정맥 혈전증, 뇌졸중, 혈전 가족력 등이 있다”는 미국 학술의료센터 메이요 클리닉의 혈전 정보를 공유했다.

전미혈액학회(AAH)는 사후 혈전 발생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묻는 에포크타임스의 이메일에 “안타깝게도 우리 학회의 전문가가 답변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여러 병리학자와 심장 전문의가 에포크타임스의 문의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