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1년 앞둔 파리 올림픽…러시아 선수들은 출전할 수 있을까

AP 통신
2023년 07월 31일 오후 3:19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16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개막을 1년 앞둔 가운데, 러시아 선수들에게 올림픽 무대를 밟도록 허용할지를 두고 관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대다수 종목별 국제 스포츠연맹(IF)은 국제 대회 개최 금지 및 참가 제한 등의 제재를 적용해 왔다. 그러다 올해 1월 IOC는 우크라이나가 강력히 반대하는데도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는 점을 내세워 일차적으로 러시아 선수들로 하여금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예선전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IOC는 러시아의 파리 올림픽 출전 최종 결정이 아직 이르다면서도 “우리는 각국 정부의 (잘못된) 행위 때문에 출신 선수들을 처벌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올림픽 본선 출전을 최종 허용하지는 않았다.

또한 러시아 선수들은 중립국 소속의 개인 자격으로만 출전할 수 있다. 러시아 군대 소속이거나 군대와 계약된 팀의 선수, 혹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한 선수는 출전이 원천 봉쇄된다. 축구나 농구와 같은 팀 스포츠에는 아예 출전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자국 국기는 물론 국가(國歌)도 사용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 및 비올림픽 대회를 보이콧해 왔으며, 파리 올림픽의 경우에도 러시아 선수들이 출전한다면 보이콧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IOC가 러시아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 예선에 참가할 수 있도록 촉구했지만, 최종 참가 여부는 각 종목별 IF가 규정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선수들을 대하는 각 종목의 현재 상황은 다음과 같다.

육상

육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를 완전히 배제한 종목이다. 지난 3월 국제육상경기연맹은 투표를 거쳐 ‘당분간’ 러시아 선수들의 대회 참가 제외 조치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투표 결과와 관련, 세바스찬 코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참가 금지 조치를 유지하겠다는 (연맹의) 결의를 더욱 굳건히 한다고 했다.

수영

수영은 러시아 선수들의 복귀를 서서히 추진하고 있다. 국제수영연맹은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경우 규정 완화를 예고했다. 다만 현재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출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테니스

국제 메이저 대회와 프로 투어 대회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자유롭게 뛰는 종목이다. 이에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러시아 선수들과의 악수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체조

체조는 오는 2024년 1월부터 ‘개인 중립 자격’으로 러시아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허용한다.

러시아 체조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고 알려져 있다. 일례로 이반 쿨리악은 지난해 국제체조연맹 월드컵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찬성하는 알파벳 ‘Z’를 유니폼에 부착하고 시상대에 올라 1년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으나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쿨리악 외 다른 러시아 체조 선수들도 전쟁을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복싱

재정 불투명성과 자구 노력 불충분 등을 이유로 국제복싱협회를 퇴출시킨 IOC는 올림픽에서 직접 복싱 경기를 운영한다. 러시아 복싱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위해 예선전에 참가할 수 있게 됐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달 유럽 예선전을 개최한 폴란드는 러시아 선수의 출전을 거부했다. 이에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권을 배분하는 방안이 제안됐으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결국 러시아 복싱 선수가 올림픽 무대를 밟을 길은 2024년 초에 열리는 두 차례 예선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펜싱, 유도, 태권도

펜싱, 유도, 태권도는 러시아 선수들의 경기 출전을 허용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도와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를 보이콧했다. 앞서 지난해 러시아 선수 배제에 반대한 바 있던 유도는 군대에 소속됐던 러시아 선수들의 개인 자격 출전을 승인하기도 했다.

유럽에 뿌리를 둔 종목인 펜싱은 러시아 선수의 출전을 적극 지지했다가 우크라이나 외에도 다른 유럽 국가들의 보이콧 등 강한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팀 스포츠

파리 올림픽에서 러시아 팀이 축구, 배구, 농구, 핸드볼 종목에 출전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IOC가 러시아의 팀 스포츠 종목 출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계주 같은 단체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이미 남자 농구와 축구 등의 종목에서 마지막 출전 기회를 놓친 상태다.

기타 종목

러시아 역도 대표팀은 ‘전쟁에 대한 어떠한 지지 표명도 자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개인 중립 자격’ 조건 문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하고 역도 경기를 보이콧하고 있다.

세계양궁연맹은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하고 러시아 선수에 대한 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이사회에서 재확인했다고 밝히며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진출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명했다.

카누는 러시아 선수의 출전을 허용하되 대회 개최 조직위원회에 알아서 판단할 권한을 부여했다. 조정은 싱글 스컬과 페어 종목만 뛰도록 제한을 두고 러시아 선수단의 대규모 참가를 금지했다.

*이 기사는 번역 및 정리에 황효정 기자가 기여했습니다.